200만 달러 ‘몸값’ 논란이 뜨겁습니다. 방북 도중 억류돼 의식이 없는 상태로 풀려났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병원비 명목으로 북한이 요구했다는 청구서 이야기입니다. 2017년 6월 요구가 이뤄졌는데 근 2년이 다 된 시점에서야 수면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 사인은 했지만 지불되지 않은 ‘청구서’
체제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억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평양에서 재판정에 출두하고 있다. 웜비어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평양=신화통신
‘몸값’ 논쟁에는 미국의 전¤현직 관료들도 뛰어들었습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웜비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조셉 윤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00만 달러 지급 문건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돈은 ‘절대로’ 지불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틸러슨은 “어서 서명하라”는 훈령을 내렸고 윤 전 대표는 해당 청구서에 서명한 뒤 웜비어를 데리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 트럼프는 알았을까?
최대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백악관은 이 부분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지만 윤 전 대표는 틸러슨 전 장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CNN 인터뷰에서 윤 전 대표는 “내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발언은 다음에 나왔습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에 2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명을 했으면 지급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내 생각은 ‘그렇다’”라면서 “서명했으면, 지급을 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다른 정부에 약속한 것이면, 내 생각에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 의료비 VS 몸값
웜비어가 폭력이나 고문을 당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들. 억류 전 웜비어의 치아사진(맨 위)과 엑스레이(가운데)를 보면 아랫니가 고르지만 사망 후 두개골 스캔사진(맨 아래)을 보면 아랫니가 뒤로 밀려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미국의 소리(VOA)
물론 웜비어 건은 일반적인 인질협상과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북한이 헌법상 반국가단체이기는 하지만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국가라는 점, 그리고 청구서 명목을 몸값이 아닌 의료비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노골화하는 ‘파국’의 징후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부터)
북한 외무성 실세로 급부상한 최선희는 이미 볼턴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거칠게 몰아 부치고 있습니다. 자유조선의 연루된 에이드리언 홍 창 일행의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 역시 북한이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됐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담판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했습니다. 1년 간 직접 협상의 최전선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조바심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 박사수료)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