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팀워크 약한 어벤저스, 창업 실패확률 99%”

입력 | 2019-05-02 03:00:00

[Let's 스타트업]
‘1세대 벤처’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의 ‘運7 팀3’論
비즈니스 모델에 매몰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고객도 원한다고 착각 말라





《지난해 국내 벤처 신규 투자액(3조 원)과 신설 법인 수(10만 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4년간 12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세대 벤처기업 붐이 일었던 1990년대 후반과 비슷한 상황이다. ‘버블 붕괴’로 끝났던 당시와 닮지 않기 위해,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들을 양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동아일보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과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을 릴레이 인터뷰한다. 창업은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완주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이스를 조절해줄 경험자가 같이 뛴다면 완주는 물론이고 좋은 기록도 낼 수 있다. 창업을 꿈꾸지만 마땅한 페이스메이커를 찾기 어려운 미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 성공의 단서를 엿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벤처 1세대 창업가에서 스타트업 조력자로 변신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다음 공동 창업자)는 국내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벤처기업) 확산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진출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남아의 모바일 이용 확산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995년 2월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49)는 연세대 선배인 이재웅 쏘카 대표 등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공동 창업했다. 국내 최초 무료 웹 메일인 ‘한메일’(1997년)과 PC통신 동호회를 웹으로 옮긴 ‘다음 카페’(1999년) 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포털 다음은 성공 가도를 걸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다음을 이끌던 이택경 대표는 2008년 벤처 투자가로 전향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후배 개발자들을 돕고 싶어서였다. 2010년 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장병규 씨(네오위즈 창업자) 등과 국내 첫 벤처육성기업(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를 설립한 데 이어 2013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 투자사 매쉬업엔젤스를 창업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벤처 1세대 출신 투자가가 바라보는 ‘스타트업 성공의 조건’을 들었다.

○ 창업 성공 관건은 돈보다 무형의 조력


그를 찾아오는 창업 지망생들은 두 가지 체크리스트를 점검받는다. 창업하려는 진짜 이유와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대표는 “창업은 모든 걸 준비해도 운까지 맞아야 성공할까 말까다. 중요한 건 기발함이라기보다 간절함과 끈기인데 창업 의지나 동기가 전보다 약해진 느낌이라 아쉽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억에 남는 한 창업가가 있다고 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창업가는 사람과 대화하는 감성형 인공지능(AI) 관련 창업을 준비하면서 머신러닝(반복적인 기계 학습)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그는 지난해 5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벤처 창업가라면 이 정도의 집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로 고객의 니즈를 ‘발명’하는 것을 꼽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자신의 비즈니스가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 검증하지 않고 그저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적절히 조언해줄 경험 많은 창업 코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창업가의 자질로 문제 해결 능력과 실행력을 꼽았다.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돌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실행을 통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수요소라는 것이다.

○ “개인기보다 팀워크 좋은 팀이 창업 성공”


이 대표가 스타트업 페이스메이커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팀 빌딩’이다. “능력자들로만 구성된 어벤저스팀은 깨질 확률이 99%다. 선수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 축구팀보다 팀워크가 잘 짜인 유럽 축구팀이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팀워크의 대표 사례로 그는 명함 관리 앱인 ‘리멤버’를 만든 스타트업 드라마앤컴퍼니를 꼽았다. “경쟁 업체들이 명함 정보를 AI로 처리하려 할 때 수작업으로 입력하겠다는 역발상도 신선했지만 초기 멤버들이 이전에 호흡을 맞춰본 경험자들로 구성돼 있어 마케팅, 전략, 개발이 수월하게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선 꾸준한 네트워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 등에 최대한 발품을 팔고 기웃거리는 게 네트워크 구축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성공은 ‘운칠팀삼’(운이 7, 팀이 3)에 달렸다”면서 “운은 내가 만들 수 없지만 좋은 팀을 만들 수는 있다. 팀으로 운에 맞서 보라”고 주문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