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가 터졌는데도 원래 다니던 서울 병원까지 3시간을 달려간 적이 있습니다. 지역의 산모 대다수는 서울이나 인근 대구, 구미 등에서 원정 출산을 해요.”
경북 김천에서 둘째를 임신 중인 정모 씨(35)가 첫째 아이를 낳을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인구 14만여 명의 김천은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이 이전한 혁신도시다. 젊은층의 인구 유입이 많아 출산 수요가 늘었고, 그 결과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최근 3년 연속 신생아 수(주민등록 기준)가 늘었다. 그런데도 출산 인프라가 후퇴하면서 원정 출산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김천에서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더 듣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8개 산부인과 중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해 온 김천제일병원이 올해 안에 분만실을 폐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 이왕복 원장은 “분만실 운영에 연간 1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해 더는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