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어린 생명 살려주길” 무릎까지 꿇고 눈물의 호소 北영사관, 북송 위한 면담 진행
중국 당국에 체포돼 강제 북송을 앞두고 있는 최모 양(9)의 부모와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북자들의 북송을 막아달라고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어린이날을 나흘 앞둔 1일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 부모가 있는 한국으로 오기 위해 탈북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최모 양(9)의 엄마 강모 씨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강 씨는 “중국 공안에 잡혀 생사를 알 수 없는 제 아홉 살 난 딸을 불쌍히 여기시고 대통령님께서 어린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간절한 호소를 들어 달라”고 울부짖었다. 발언을 끝낸 최 양의 부모는 급기야 무릎까지 꿇었다. 이어 “제 딸 좀 살려주세요” “아홉 살짜리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를 외치며 약 10분간 호소를 이어갔다.
중국 선양에서 지난달 27, 28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최 양을 비롯한 탈북민 7명의 북송 문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탈북자들은 랴오닝성 안산시 공안국과 선양시 공안국으로 분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영사관 직원 면담을 거쳐 북한 국적이 확인되면 북송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양 부모는 지난달 28일 외교부를 시작으로 29일 주한 미국대사관, 30일 주한 중국대사관을 잇달아 방문해 “딸의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인권 단체와 연결된 중국 현지 소식통을 통해서만 최 양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양 부모에 따르면 1일 오전 중국 선양의 한국영사관 담당자와 연락했지만 “어느 공안에 잡혔는지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틀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자 대사관 측은 “본국에 알리겠다”고만 답했다. 지난달 28일 외교부 담당자는 최 양 부모에게 ‘중국 쪽에서 선처를 베풀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최 양 가족을 돕는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는 “최 양이 부모 품으로 올 수 있게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