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7개 양의지 등과 공동선두, 작년 40개 넘게 치던 페이스 유지 주춤했던 박병호, 4번 복귀 뒤 펑펑… 6경기서 4방 파괴력 되찾아 김재환, 밀어치기로 넘기는 괴력… 같은팀 페르난데스 혀 내둘러
왼쪽부터 키움 박병호, 두산 김재환.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는 전반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지난 시즌 홈런 상위 5위 안에 든 선수들 중 로맥, 한동민(이상 SK), 로하스(KT)의 시즌 초반 홈런 수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다. 하지만 박병호 김재환의 페이스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3, 4월 김재환은 홈런 8개를, 종아리 부상으로 4월 중순부터 한 달 넘게 결장한 박병호는 4개를 쳤다. 대동소이(김재환)하거나 지난해보다 오히려 나은(박병호) 셈이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파워, 타격 기술에서 두 선수는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가 안 된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케 하는 힘 있는 타구로 반발계수 감소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자극제’도 두 선수의 홈런 레이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김재환은 올 시즌 팀 내에서 제대로 된 경쟁자를 만났다. ‘타격 전문가’라 불리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다. 김재환의 타격 훈련 파트너이기도 한 페르난데스는 타율 0.386으로 1위에 올라 있다. 15위 김재환(0.311)에게 크게 앞서 있다. 김재환에게 “홈런에서도 따라잡겠다”며 농담 섞인 엄포를 놓는 페르난데스지만, 다른 이들에겐 “홈런왕에 오른 김재환처럼 밀어 쳐서 담장으로 넘길 재간이 없다”며 김재환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페르난데스의 홈런 7개는 좌타자인 그가 모두 오른쪽 담장을 넘긴 ‘당겨 친’ 타구다.
정교한 타율에 기반을 둔 페르난데스, 양의지(0.357)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체력 부담이 상당한 포수(양의지), KBO리그 첫 시즌(페르난데스)이라는 부분은 장기 레이스를 두고 봤을 때 약점으로 꼽힌다. 시즌 중반 무덥고 습한 날씨 또한 홈런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홈런 감소 우려로 쏟아진 각종 질문에도 “어차피 넘어갈 공은 넘어간다”면서 허허 웃으며 예년처럼 홈런을 치고 있는 ‘홈런 전문가’들의 정면승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