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의미 있는 어린이날 보내려면
아이들도 응당 ‘어린이날’을 ‘선물’의 동의어로 생각한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6일 홈러닝 프로그램인 ‘아이스크림 홈런’을 이용하는 초중고교생 3261명에게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38.2%(1245명)가 ‘평소 갖고 싶던 장난감이나 선물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2위는 ‘가족들과 놀러 가고 싶다’(34.5%·1124명), 3위는 ‘용돈을 받고 싶다’(10.4%·339명)로 용돈까지 포함하면 물질적인 걸 받고 싶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8.6%에 달했다.
실제 1924년 동아일보 기사에는 “후계자가 될 어린이를 위해서는 손톱만치도 생각함이 없다”며 “우리의 어린이는 밥이나 떡이나 고운 옷은 받아보았으나 참으로 따뜻한 사랑과 공경을 받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방 선생은 “어린이를 물욕의 마귀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돈보다도 과자보다도 신성한 동화를 들려주시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어른도, 아이도 물질적인 어린이날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어린이날의 참뜻을 살릴 수는 없을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선물을 주는 것이 나쁘다고만 볼 순 없지만 단순히 물건을 사서 전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게 문제”라며 “같은 선물을 사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얼 원하는지, 어떻게 살지 등을 논의하며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하고 즐겁고 좋은 추억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이어 “선물만큼이나 중요한 게 부모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손편지를 함께 쓸 것을 권했다. 부모가 매년 어린이날 자녀에게 쓴 손편지를 버리지 말고 모아 두면 훗날 좋은 책이 된다는 것이다. 오 전문의는 “어릴 때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였고 매년 부모들이 이렇게 좋은 말을 해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춘기를 보낼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효순 씨(47·여)는 매년 어린이날 아이들과 함께 친가와 외가를 방문한다. 김 씨는 “네가 엄마의 딸, 아들이 돼줘서 고맙고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주기 위해 조부모님들을 찾아뵙는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가 이렇게 사랑 받는 존재구나’라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방 선생이 어린이 잡지를 만들 때마다 매호 뒷장에 항상 실었던 표어가 ‘씩씩하게 참된 소녀(어린이)가 됩시다’ ‘늘 사랑하며 도와갑시다’였다”며 “부자가 되어라, 1등이 되어라는 말씀은 전혀 없었다. 이는 지금 우리 부모들에게도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