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민간과 정부역할 달라…정부는 규제개혁·인력양성·기초연구 초점”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9.3.26/뉴스1
“정부가 내년부터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1조원을 투입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달렸습니다. 규제개혁·인력양성·기초연구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두고 투자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겁니다.”
염한웅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반도체 왕국’ 비전 달성을 위해서 정부는 민간과는 다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헌법기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현 정부 들어 위상이 격상된 ‘과기 컨트롤타워’다. 본래 역할인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방향, 주요 의제에 대한 정책자문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지난 2018년 4월부터 국가과학기술관련 예산·정책 심의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와 통합되면서 심의 기능까지 갖게 됐다.
염 부의장은 “정부가 투자하는 1조원의 돈이 주먹구구식으로, 부실하게 쪼개진 사업 단위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면서 “장기적인 차원으로, 큰 틀과 개념을 마련해 사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시스템반도체 투자방식대로 정부가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염 부의장은 “삼성전자와 같이 국내 기업에서 지난 10여 년간 수십조를 투자해서 성과를 내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이제 와서 1조원을 민간과 같은 형태로, 즉, 직접적으로 예산 중소중견기업이나 연구단체에 뿌린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 투자할 수 없는 방향에 정부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이는 민간이 성잘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인력양성·기초연구 등 3가지에 정부 정책의 초점을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육성을 위해 여러 부처가 함께 움직이는 만큼 이들 간의 역할 조정이나 중복사업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또 정부의 대형 사업인 만큼 특정 연구자나 특정 중소중견기업, 특정 연구팀에 지원이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염 부의장은 “대형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치적인 구호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면서 “더불어 정부 부처의 리더들이 그에 대한 역할 분담을 방향성 있게 잘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