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부가 1일(현지 시간) 2월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반(反)북한단체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의 기소장을 공개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등이 보도했다.
재클린 출리안 미 연방판사가 서명한 기소장에는 위협, 상해, 겁박, 강도 등 7개 혐의가 적시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홍 창은 2월 22일 칼과 가짜 총기 등을 소지한 6명의 자유조선 회원과 함께 마드리드 북한대사관에 침입했다. 이들이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휴대폰 등을 탈취한 뒤 미국으로 도주하기까지 과정도 자세히 기술돼 있다.
당시 홍 창은 마드리드를 떠나 포르투갈 리스본을 거쳐 미국에 입국했다. 2월 27일 뉴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와 만나 컴퓨터 2대와 휴대폰 등 북한대사관에서 탈취한 물품들을 건넸다. 그는 당시 정황에 대해 FBI 측에 상세히 설명하며 “칼과 총기를 가져갔지만 꺼내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창의 변호사와 그를 지지하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스페인이 북한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수사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그를 스페인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뜻을 드러냈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이들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는 등 북한 측의 ‘습격’ 주장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 정부의 공개 수배로 이들의 신변이 위험해졌으며 북한이 이들을 암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