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단체 “친일 작곡가 선양 안돼”… 밀양시 “악의적 여론몰이 중단을”
경남 밀양시가 추진하는 가요박물관(가칭)의 타당성 논란이 장외 대결로 번졌다. 항일독립단체들은 ‘친일 작곡가 박시춘 선양(宣揚) 박물관’이라고 반대하는 반면 지역의 일부 사회단체들은 ‘가요박물관이 필요하다’며 맞불을 놨다. 밀양시도 항일독립단체를 향해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중단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본보 4월 11일자 A16면 참조
사단법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회장 함세웅)는 2일 오전 밀양시 밀양의열기념관 앞에서 ‘박시춘 가요박물관 건립 저지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조선의열단 100주년인 뜻깊은 해에 밀양 출신 친일 작곡가인 박시춘(1913∼1996)이 핵심인 가요박물관을 건립하려는 밀양시장과 밀양문화원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밀양은 무수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독립의 도시’이므로 가요박물관 건립을 당장 백지화하고 박시춘 생가와 흉상, 노래비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발전위원회와 밀양을 사랑하는 모임 등 지역 자생단체들은 같은 시각 의열기념관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청산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박시춘의 친일은 친일대로 알리되 박시춘을 포함한 지역 출신 유명 음악인의 자료를 수집 관리할 박물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밀양의 문제는 밀양인의 손에 맡겨야 한다”며 외부 단체의 간섭에도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밀양시도 보도자료를 내고 “가요박물관 건립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해명이다.
밀양시는 “박물관 건립은 현재 구상 단계이며 명칭, 위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 시민추진위를 만들어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시비와 도비 30억 원을 들여 2023년까지 영남루 인근에 밀양 출신 음악가를 기리는 가요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