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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적폐청산 재차 강조한 文, 원로들 “통합” 苦言 귀담아들어야

입력 | 2019-05-03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사회 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3일 경제계 원로 초청 간담회를 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국정 전반에 걸쳐 대화가 오갔다.

간담회에선 정치·사회적 통합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참석자들은 “한 계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 “야당이 극한저항으로 나오면 대통령이 포부를 펴기 힘들다” “민주당은 여당 된 지 2년이 됐는데 아직도 야당처럼 보이고 있다.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 등등 탕평과 통합의 인재등용, 협치를 강조했다. 대통령 앞에서 순화된 표현을 감안하면 ‘코드인사’를 벗어나 인사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또 “정권이 2년이 되고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고용주도성장으로 바꾸는 변화는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많이 듣지만,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반(反)헌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폐청산 기조를 전환할 뜻이 없음을 미리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일부 참석자들이 통합을 고언한 것인데 대통령은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달 경제계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원로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그 후 정책에 반영된 게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원로 간담회를 또 다른 이벤트 정치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와선 안 될 것이다.

10일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이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역설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면서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 원로들은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패스트트랙 대치로 육탄전에 이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는 상황이 되었다. 원로들이 강조한 국민통합 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 담은 초심(初心)이다. 문 대통령은 고언을 새겨듣고 국정 쇄신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통합이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