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패전후 국민통합의 상징… 언론들 인간적 면모 집중보도 나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이 1일 국민 대표 앞에서 즉위 소감으로 밝혔던 이 말은 ‘일왕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라고 규정한 헌법 1조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메이지유신 후 1889년 공포된 ‘대일본제국헌법’(메이지헌법)에서 일왕은 통치권을 총괄하는 절대군주였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46년에 제정된 현 평화헌법에서 일왕의 지위와 역할은 ‘통치자’가 아닌 ‘상징적 존재’로 바뀌었다.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한 아키히토(明仁) 상왕도 재위(1989∼2019년) 시절 한신 대지진(1995년), 동일본 대지진(2011년), 구마모토 대지진(2016년) 등 각종 재해 현장을 찾았다. 피해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했다. 과거 절대군주였던 일왕이 무릎을 꿇자 국민은 왕실에 친근감을 느꼈다. 이를 통해 ‘국민 통합 상징’이란 자신의 직무를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카미 가쓰토시(高見勝利) 조치대 명예교수는 2일 아사히신문에 “현재 헌법 제정 당시의 통합은 ‘일왕을 중심으로 국민이 뭉치는 상태’를 의미했다. 하지만 아키히토 상왕이 ‘다양한 국민들이 스스로 통합’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일왕의 ‘상징적 존재’라는 특징은 국회 소집 등 ‘국사(國事)’ 행위만 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사 행위조차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하기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일왕이 총리를 견제해 주기를 기대하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교도통신이 1,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5%가 나루히토 일왕에게 친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생전 퇴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93.5%에 달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