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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화웨이 기밀’ 유출 혐의 국방장관 해임

입력 | 2019-05-03 03:00:00

5G 참여 관련한 NSC 회의 내용… 언론에 흘린 정황 나와 조사받아
후임에 모돈트… 첫 여성 국방장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혐의로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영국 총리실은 1일 성명에서 “허가받지 않고 NSC 회의 내용을 유출한 것과 관련해 윌리엄슨 장관에 대한 조사 결과가 통보됐다”며 “그는 직무 수행에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23일 NSC 회의를 열고 화웨이 제품 사용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 다음 날인 24일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이 총리가 장관들의 우려에도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당시 윌리엄슨 장관을 비롯해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과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 리엄 폭스 국제통상장관 등 주요 장관은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텔레그래프의 보도와 관련해 화를 내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고 회의 참석자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하는 등 조사를 받았다.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동맹국에 5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화웨이 장비 허용 보도로 메이 총리가 난처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윌리엄슨 장관은 회의 당일 텔레그래프의 정치 담당 기자와 11분 동안 통화한 것은 인정했으나 회의 내용 유출은 강하게 부인했다. 메이 총리는 1일 윌리엄슨 장관을 직접 만나 사퇴를 요구했으나 윌리엄슨 장관은 “사임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거부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윌리엄슨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 국방장관에 페니 모돈트 국제개발장관을 임명했다.

모돈트 신임 국방장관은 영국의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해군 예비군 출신이다. 아버지는 낙하산 부대 출신으로 집안이 군과 관련이 깊다. 2015년 5월∼2016년 7월 국방부 부장관을 지냈고 해군기지가 있는 포츠머스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메이 총리가 물러나면 보수당 대표에 도전할 유력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모돈트 장관은 “다시 국방부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