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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왜 심한가 했더니… 인증등급 96% 부실

입력 | 2019-05-03 03:00:00

감사원, 작년말 입주 아파트 조사
시공전에 바닥구조 기준 확인뒤… 사후 검증없이 소음차단 성능 인정
데이터 조작하고 시공절차 안지켜… 조사대상 60%는 최소성능에 미달




지난해 말 입주 예정으로 새로 지어진 서울·경기 지역의 공공·민간 아파트 191채 중 96%(184채)가 층간소음 공사에 있어서 사전에 인정받은 수준보다 낮은 등급으로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60%(114채)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성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문책 1건, 주의 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감사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가기술표준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LH,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채와 6개 민간아파트 65채 등 총 191채의 층간소음 시공 상태 등이 대상이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통해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 원인으로 허술하게 운영된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를 꼽았다. 아파트 등 층간 바닥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인정기관(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사전에 성능을 시험해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인정기관은 관련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 인정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업체가 완충재에 대한 시료를 조작해 품질시험 성적서가 제출됐는데도 인정기관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성능인정서를 발급한 사례도 있는 등 부실 관리가 드러났다. 게다가 LH가 짓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기준을 LH 스스로 인정해주는 ‘셀프 인증’ 형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공 과정에서도 여러 부실 사례가 적발됐다. LH, SH공사가 시공하는 현장의 88%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기준에 미달되는 저품질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것. LH 소속 현장소장과 공사감독관이 퇴직한 LH 직원의 부탁을 받고 용역업체로 하여금 기준 미달의 바닥구조 제품을 사용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후 평가도 허술했다. 아파트 완공 시점에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는 13개 민간 공인측정기관이 발급한 ‘성능측정 성적서’의 86% 이상이 측정방법이나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여러 차례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실제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으니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별도의 개선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