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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딸과 함께 법정 선 한진家 이명희, 조현아 끌어안고 “엄마가 미안해”

입력 | 2019-05-03 03:00:00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 첫 공판… 조현아, 워킹맘 고충 토로 “죄송”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왼쪽)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이 같은 날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먼저 재판을 받은 이 전 이사장은 가사도우미 채용을 대한항공 비서실에 부탁한 적은 있지만 불법 고용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의 변호인은 “세간에선 재벌가 사모님이니까 모든 걸 총괄했다고 생각하지만 밑에서 알아서 진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 판사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선 재판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곧바로 이어진 조 전 부사장의 재판에선 조 전 부사장이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첫 공판이자 결심으로 진행됐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은 최후변론 기회를 얻어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해 회사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게 됐다”며 ‘워킹 맘’의 고충을 강조했다. 또 “미처 법적인 부분을 숙지하지 못해 잘못을 저질렀다. 피해를 본 회사 직원들에게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 원을 구형했다. 연수생을 선발해 입국시킨 대한항공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3000만 원의 선고를 요청했다. 자신의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 맨 뒷자리에 앉아 딸의 재판을 끝까지 지켜본 이 전 이사장은 법정 밖으로 나가기 전 조 전 부사장을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가 미안해. 고생했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일반 연수생 비자로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로 약식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해 재판이 열리게 됐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