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는 홈페이지 공개자료실에 게시돼 있던 ‘2015년도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를 지난달 23일 삭제했다. 이 자료에는 전국의 폭력 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위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전국에 28곳이 있는 이 시설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주여성들을 보호하는 곳으로 길게는 2년까지 머물 수 있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자의 신변 노출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을 보호하는 시설의 위치 관련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된 서귀포시 측이 관련 자료를 최근 삭제한 것이다. 서귀포시 측은 “담당 직원이 이주여성 보호시설 위치와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귀포시가 자료를 삭제하기는 했지만 이주여성 보호시설 관련 정보가 4년 동안 노출돼 피해를 본 여성도 있다. 문제의 자료는 2015년 서귀포시의 한 동사무소 직원이 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주여성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보호시설이 사실상 공개된 시설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한다. 보호시설 위치 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또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6년 홈페이지 공개자료실에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를 올렸다.
2016년 3월 보호시설에 입소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 씨는 2주 만에 다른 보호시설로 옮겨야 했다. 남편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남편의 휴대전화에는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가 저장돼 있었다. 보호시설 관계자는 “당시 ‘어떻게 알고 찾았냐고 물었더니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를 보여줬는데 자료에는 행정안전부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다른 시설로 옮긴 B 씨를 한 달 만에 또 찾아냈다.
대구의 한 이주여성 보호시설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의 위치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철저히 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피해 보호시설에 입소한 이주여성은 2018년 기준 877명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