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국내 그린, 어느덧 익숙해진 외국인 캐디들 한국선수들과 국내외 37승 합작 딘 허든 2008년 신지애 인연 뒤 3년전 국내 정착 LPGA 뛰었던 코머도 2015년부터 활동 영어 장점에 과도한 개입 없어 선수들 만족
KLPGA 챔피언십에서 이정민의 캐디를 맡았던 셰인 코머(왼쪽). KLPGA 제공
외국인 캐디가 한국 선수와 거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퍼팅 라인을 살피는 모습. 과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이 이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투어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지난달 28일 끝난 KLPGA 챔피언십에는 허든, 셰인 코머(38·아일랜드), 켈리 레이본(40·미국) 등이 각각 홍란(삼천리), 이정민(한화큐셀), 이채은(메디힐)의 캐디로 나섰다. 전문적인 캐디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선수들의 수요에 따라 국내 캐디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과 국내외에서 37승을 합작한 호주 출신 캐디 딘 허든(왼쪽)은 올 시즌 홍란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2016년부터 인천에 거주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캐디 생활을 한 그는 “정신력이 강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한국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나서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KLPGA 제공
외국인 캐디의 장점은 풍부한 국제 경험에서 나오는 적절한 조언이다. 허든은 미국 일본 투어에서 활동했고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의 캐디백을 메기도 했다. 2014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뒤 2015년부터 KLPGA투어 캐디 생활을 시작한 코머도 LPGA투어에서 캐디를 한 경험이 있다. 레이본은 LPGA투어와 KLPGA투어 캐디를 병행한다. 홍란은 “경험이 풍부한 허든은 공을 떨어뜨려야 하는 랜딩 포인트를 잘 잡아 준다. 또한 내 특성에 따른 맞춤형 공략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캐디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감정 조절을 꼽기도 한다. 여자 선수 매니지먼트 관계자 A 씨는 “가족이 캐디로 나설 경우 선수가 실수했을 때 함께 흥분해 냉정한 조언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도자 성향이 강한 국내 캐디가 선수를 가르치려고 하다가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 많은 외국인 캐디와 국내 전문 캐디의 경우 선수 심리를 잘 다스리고, 역할 구분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 과도한 개입 대신 선수가 요청한 것에 대해 명료하게 조언을 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LPGA투어 진출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에게는 외국인 캐디가 ‘영어 강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코머는 “선수들과 김치찌개 등 한식으로 함께 식사를 하고 골프 외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는다. 나는 영어를 가르쳐 주고 선수들은 내게 한국어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캐디들의 경우 주급 외에 선수 우승상금의 7~10%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캐디들은 자신의 각종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캐디들은 KLPGA투어 생활에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투어 환경을 매력으로 꼽았다. 허든은 “한국 선수들은 3부 투어부터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거쳐 1부 투어에 올라오면서 강한 정신력과 끈기를 가진 프로로 성장한다. 캐디 입장에서는 조언을 귀담아듣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하는 선수를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고 말했다. 코머는 “미국에서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비행기를 타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차량으로 대부분의 대회를 갈 수 있다. 캐디에게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훌륭한 환경이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