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교수 10주기… 지인들이 기억하는 ‘장영희와 그의 문장’
고 장영희 교수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 움직임이 활발하다. 100쇄를 돌파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개정판과 대표 문장을 뽑아 묶은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가 최근 출간됐고, 다음 달 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는 지인들이 모여 추모 낭독회를 연다. 샘터 제공
2009년 5월 9일 시대를 대표하던 산문가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 교수는 선천적 장애와 암 투병에도 긍정의 기운을 잃지 않았다. ‘네가 누리는…’에서 그는 신체장애를 천형(天刑)으로 내모는 사회의 시선을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 멋진 세상에 사는 축복을 누리며 살아간다.…내 삶은 ‘천형’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했다. 생전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은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타계 10주기를 맞아 ‘내가 기억하는 장영희와 그의 문장’을 그들의 목소리로 정리했다.
아버지인 고 장왕록 서울대 명예교수(왼쪽), 어머니 이길자 여사(오른쪽)와 함께한 모습. 20대 때 찍은 사진이다. 샘터 제공
‘희망은 우리 곁의 한 마리 새’
그의 글은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 실린 문장 2개를 소개합니다.
“해야 할 수많은 ‘좋은 일’ 중에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일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치유할 수 있고 그 일에 내 나머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진솔한 감동이…
‘내 생애 단 한번’을 읽은 뒤 강렬한 감동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그의 문장만큼 진솔한 글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장 교수는 늘 자상하고 사랑이 넘쳤습니다. 병상에서 “음식을 목에 넘길 때 칼로 목을 베는 것 같아”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을 만큼 긍정적이었지요. 이런 성품이 문장에 녹아들어 진솔한 감동을 주는 거라 믿습니다.
아픈 이웃에 문학의 힘 주고 떠나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 냈다.…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이 되기를.”(‘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그는 자투리땅에 꽃씨를 심고선 목발로 흙을 덮던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기를 몰아 타인의 삶에 생명의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힘든 삶을 ‘문학의 힘’에 의지해 이겨왔듯, 아픈 이웃에게 찬란한 ‘문학의 힘’을 심어주고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짝사랑이 쌓이면 분명한 응답이’
장 교수는 무섭도록 짝사랑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에 분명한 응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10년을 그녀를 못 잊는 것입니다. ‘어떻게…’는 그의 문학 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문학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넘어져도 일어서기 거듭한 그 용기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 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넘어질 때마다 얼마나 뼈가 시리도록 아팠을까. 눈물이 바다를 이루도록 서러웠을까. 그러다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믿으며 일어났던 선생의 용기를 배우고, 기리고, 마침내 닮고 싶어집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