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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시 30% 룰’ 앞둔 SKY…2021 대입 속내 제각각

입력 | 2019-05-03 13:50:00

고려대 교육부 찔러봤다가 경고장만 받아
연세대 연이어 입시 잡음…교육부와 보조
서울대 고1 정시 교과 가산점 실험 '여유'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대학이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비율을 두고 상반된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가 교육부의 ‘정시 30% 룰’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폈다. 교육부가 550억여원의 재정을 투입해 대입제도 개선을 유도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관련돼 있어 이 대학들은 어느 때보다 계산이 복잡하다.

지난해 대입개편 공론화 이후 교육부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는 정시를 30% 이상 선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올해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도 무관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3월 대학 입학처장들을 만나 “2021학년도에 수능 위주 정시모집 확대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정시모집 비중을 늘려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상위권 세 대학의 속내는 제각각이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 따르면 고려대는 2020학년도 62.3% 수준이었던 학생부종합전형을 47.5%로 14.8%포인트 줄이고, 실기전형도 496명(11.9%)에서 262명(6.3%)으로 축소했다. 대신 400명(9.6%)이었던 학생부교과전형 선발 규모를 2021학년도에 27.8%로 확대했다.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은 16.2%에서 18.4%로 2.2%포인트 늘리는데 그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되려는 ‘꼼수’란 지적이 제기됐다. 충원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생부교과전형을 30% 늘려도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대입 경쟁률이 높은 고려대가 이를 택한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고려대가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린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면접 등 학생부종합전형 요소를 포함해 충분히 꼼수로 지적받을만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려대 측에 여러 번 불가방침을 밝혔다. 김규태 고등교육정책실장이 직접 정진택 총장을 만나 설득했다. 결국 고려대는 2022학년도에 다시 수능 위주 정시모집 비중을 늘리겠다고 방향을 선회했다. 2년 연속 대입전형을 뒤집는 결과를 낳게 됐다.

반면 서울대는 전반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하는 전년도 골격을 유지했다.

서울대는 내년도에 입학할 학생을 선발하는 2020학년도에 총 3361명을 모집하며, 학생부종합 위주 전형으로 2677명(79.6%), 수능 위주 전형으로 684명(20.4%)을 선발한 바 있다. 2021학년도에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2624명(78.1%), 수능 위주 전형으로 736명(21.9%)을 뽑는다. 전년도보다 52명(1.5%포인트) 늘리는데 그쳤다.

서울대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동일한 입학전형과 평가방법 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2학년도에도 이 틀을 유지하는 대신 정시모집 수능위주 전형의 선발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실험적인 안을 함께 내놓기도 했다. 수능성적에 따라 고교 3년간 교과목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수능위주 전형에서도 학생부의 영향력을 남기겠다는 뜻이다.

서울대는 “학교교육 중심의 대학 입학전형 기본 방향과 개별적인 교과 선택을 강조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반영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모집인원은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부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사립대 입학처장은 “서울대는 명성뿐 아니라 국립대학법인이라 재정적 여유가 있으니 눈치보지 않고 ‘마이웨이’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도 매년 최다 수준의 사업비(지난해 기준 20억6600만원)를 지원받고 있다.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높고 단순한 전형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소리없는 반란을 꿈꾸던 두 대학과 달리 연세대는 정부 방침에 적극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택했다.

연세대는 2021학년도에 논술과 실기 비중을 줄이고 정시모집 수능위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늘렸다. 2020학년도에는 수능 위주 전형으로 1001명(27%)을 선발했으나, 2021학년도부터는 딱 30% 선을 넘긴 1137명(30.7%)을 뽑기로 했다. ‘정시 30%룰’을 1년 당겨 충족한 것이다.

연세대로서는 교육부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세대는 지난 2016학년도와 2017학년도 논술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고교 교육과정 밖의 문제를 출제해 입학정원 10% 모집중단 처분을 받았다. 연세대는 지난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모집정지 처분 취소소송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 때문에 대입정상화를 위해 68개 대학에 552억9300만원을 투입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도 연세대는 찬밥신세다. 2017년까지 지원받았던 연세대는 지난해 탈락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선정된 61개교 중 성과가 낮은 하위 10개교는 지원을 중단하고 올해 새로 17개교를 추가선정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은 이달 중 신청을 받아 선정평가를 거친 뒤 6월 말 확정된다. 이번 추가선정평가 지표에는 특히 올해 사업계획을 비롯해 2020학년도와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등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지난해 지원이 끊겼던 연세대로서는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교육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입시도 등록금 책정도 대학 자율성을 지탱하는 고유 권한이라지만 실제로는 최상위권 대학들도 재정난에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모집 수능위주 전형으로 30% 이상 선발하는 주요대학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등이다. 2022학년도부터 30%로 늘릴 가능성이 높은 대학으로는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숙명여대가 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