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차별이 되나요?/구정우 지음/320쪽·1만5000원·북스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개인의 처지와 관계없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기 위해 인권 개념이 생겨났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인권을 둘러싼 크고 작은 차별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한 시민단체가 연 ‘불법체류자 추방 및 난민법 폐지 촉구’ 집회. 동아일보DB
#2. 정부가 2030년까지 가칭 국가유전정보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다. 모든 신생아들의 유전정보를 채취해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질병 원인 연구를 하고 범죄자를 식별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상의 상황을 염두에 둔 이 같은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 문항은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2015년 개발한 ‘인권 감수성 테스트’의 일부다.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국가의 요구에 응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정보 침해이므로 거부할 것인가.
객관적인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 인권지수는 상위권에 속한다. 시민 대부분이 인권 개념을 인식하고 있고, 인권 교육 역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혐오 표현, 난민 문제, 갑질과 괴롭힘,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 페미니즘 갈등 등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각종 이슈에 숨겨져 있는 인권 코드를 끄집어낸다. 논쟁적인 주제의 찬반 입장을 소개하고, 서로의 주장에 담긴 이론적 배경과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사안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정답보다는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2010년 국내에 소개돼 인기를 끈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국판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범죄자의 인권 문제를 보자. 성범죄자의 엽기적인 행각을 다룬 보도가 나오면 ‘화학적 거세’나 ‘징역 100년’이라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엄벌주의만으로는 범죄자의 재범률을 떨어뜨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의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를 ‘교육생’으로 부르며 사회 복귀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의 재수감 비율은 약 20%로 미국(67.5%), 영국(50%)에 비해 현격히 낮다.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미래의 범죄를 막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난해 예멘 출신 난민 561명이 제주도에 한꺼번에 들어오자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인원 통계를 보면 내국인 평균이 3495명인 데 비해 외국인 평균은 1735명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독일 등 해외의 난민 범죄 사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이들의 인권 보호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닌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