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수년간 안전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된 서울 중구 경찰청 인근 서소문고가를 땜질 처방만 하고, 최근에는 안전사고 발생 사실조차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소문고가에서는 올 3월 말 일부 교각을 둘러싼 사람 서너 명 크기의 대형 철제 외장재와 콘크리트 덩어리 수십 개가 떨어지는 박락(剝落)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안전점검에서 B등급 판정을 받은 다리가 이렇게 된 것은 안전점검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동아일보와 함께 고가를 점검한 전문가는 당장 교통을 통제하고 보수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인 D등급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3월 말 당시 서울시는 사고 발생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통행 안전주의조차 고지하지 않아 시민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가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시 긴급점검을 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지만 실제 점검이 이뤄진 교각은 전체 18개 중 5개에 불과했다. 시민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선 “떨어져나간 콘크리트를 메웠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고가는 노후화로 2008년 교각 콘크리트 이탈이 우려됐지만 서울시는 근본적인 복구 대신 교각 상판 양 옆과 아래를 철제 외장재로 덮는 땜질 처방만 해왔다. 감사원이 2013년 정밀안전진단을 벌이고 “교각을 둘러싼 외장재가 부실하게 설치돼 대형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여태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