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 朴 “검찰, 겸손해야” vs 文 “이대로는 안 돼”
박 장관은 이날 경기 수원검찰청사 준공식 기념사를 통해 “검찰의 권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도록 재조정돼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같은 법안을 놓고 문 총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말했다. ‘견제와 균형’이란 같은 단어를 사용했지만 박 장관은 검찰 권한의 견제에, 문 총장은 경찰 권한의 비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박 장관 발언 내용을 전해 들은 검사들은 들끓었다. 준공식 현장에서 박 장관의 기념사를 듣고 있던 검찰 관계자의 표정도 굳어졌다고 한다. A 부장검사는 “장관의 발언은 마치 검찰이 조직 이기주의 차원에서 비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오만하고 가볍게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조직이기주의라는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박 장관의 발언에 이 같은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B 차장검사는 “검사들이 국민 입장에서 지적하는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박 장관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문 총장, 대국민 메시지 내놓을 듯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개혁을 공개적으로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언젠가는 터질 갈등이 이번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분석을 한다.
형법을 전공한 교수 출신인 박 장관은 검찰 개혁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장관을 맡게 됐다. 문 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3월 박 장관과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면서 검찰을 배제하자 문 총장은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장관이 이후 문 총장을 달래기 위한 성격의 만남을 갖고 의견 수렴을 약속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