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티오, 스마트헬스 세계시장 공략
2016년 제티오가 헬스커넥트와 ‘B2B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표방하며 개발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헬스온조이’는 싸늘한 시장의 반응과 규제로 인해 사실상 빛을 보지 못했다. 2년간 절치부심한 제티오가 체질을 확 개선하고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이동욱 대표는 “규제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한국보다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는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며 “우선 CT와 X레이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캄보디아 국립병원 등 공공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티오는 요즘 스마트헬스 업계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ICT 기업이다. 의료 정보(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환자 주도형 의료정보 교류시스템’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하고 있다. 제티오의 기술은 기존 병원들에 디지털로 보관된 전자 의무기록(EMR)을 넘어 환자의 의료정보 수집과 저장 판독, 실시간 원격의료까지 가능하다. 환자와 의료진이 지구촌 곳곳에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카드 한 장에 개인 의무기록을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차트(EMR)로 정의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옮길 때마다 진료 기록을 제출해야 하는 불편을 덜고 중복 검사를 하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쇄국’ 규제 뚫고 도약… 바닥 찍고 정상으로
하지만 다양한 영업 성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2017년 하반기부터는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해 회사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제티오 임직원들은 멀리 내다봤다. 의료법·개인정보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을 벗어나기로 결심하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에서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는 시장에서 영영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도 작용했다. 그렇게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법인을 설립했고, 개인건강기록(PHR) 데이터에 맞춰진 기존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메디컬 IT솔루션 공급 및 개발’로 전환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해외시장, 그것도 의료 인프라 불모지나 다름없는 개발도상국을 개척하는 것은 성취감은 크지만 내수시장에 파고드는 것보다 2∼3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캄보디아 제티오 재단법인 원광대학교 방문.
캄보디아를 재도약의 ‘실험 장소’로 낙점한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격의료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을 확보한 것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올해로 2년째에 접어든 ‘캄보디아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라드카드코리아&나노포커스레이와 캄보디아 선진 의료서비스 인프라 개선사업과 관련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캄보디아 보건부와 국립병원을 대상으로 의료 인프라를 수출하고 운영·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도 제티오의 특화된 메디컬 솔루션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정부기관과 의료 인프라 개선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에는 본계약도 맺었다. 이에 따라 7월부터는 캄보디아 국립병원을 대상으로 의료 인프라 서비스를 전면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여기에는 제티오의 원격진료 플랫폼과 원광대 병원이 개발한 최신 CT, X레이 촬영 장비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모든 서비스는 제티오가 개발한 개인용 의료정보 저장장치 ‘메디카드(Medi card)’ 플랫폼을 통해 운영된다. 메디카드는 개인 환자의 의료정보를 분석하고 전체 의료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관한 후 블록체인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이다.
新남방정책 가속 붙어… 정부도 측면 지원
올해 3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캄보디아가 한국의 2대 개발 협력 파트너로 떠오른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한·캄보디아 정상은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3대 경제협력 분야 중 하나로 ‘의료 인프라 확충’을 제시했다.
원광대학교병원, SILOS 인텔리전트 솔루션, 라드카드코리아, 제티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이 글로벌 의료 스마트플랫폼 구축 공동협력체결했다.
제티오의 주력 사업인 △의료데이터 보관 및 관리(블록체인) △의료데이터 저장(메디컬ID카드) △촬영장비 공급(모바일CT 및 모바일X레이) △병원 고도화운영시스템 및 중증질환 관리(당뇨&암 관리 솔루션) △모바일헬스케어 플랫폼은 모두 의료 인프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다. 정부는 국내에서도 보건의료분야를 주요 ‘일자리 창출’ 영역으로 여기고 늦게나마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시범 추진하는 ‘바이오헬스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제티오의 주력 사업인 정보기술 융합 헬스케어는 예방 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 복지에 기여할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
제티오는 캄보디아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의료 인프라 환경이 비슷한 인근의 동남아시아 대형병원들과 잇달아 계약을 추진한다는 각오다. 이 회사의 의료서비스 융·복합 모델은 이미 현지에서도 실증적 효과를 거둬 각 국가의 의료서비스 기관으로부터 공동 사업을 제안 받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메디컬 IT 솔루션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티오의 당뇨관리시스템과 병원고도화운영 시스템을 GCC 국가에 제공할 예정인데,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할 당뇨센터를 미리 선정할 정도로 관계자들이 적극적이다.
제티오는 4차 산업의 핵심기술로 거론되는 블록체인을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블록체인은 의료기관과 제약사, 개인 등 플랫폼 참여자가 거래 데이터를 나눠 보관하는 분산 원장 기술이 핵심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회사는 보안성과 투명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메디코인’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프놈펜에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의료산업은 블록체인이 도입됐을 때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여서 관심이 집중된다. AI(인공지능)를 통한 원격진료 서비스도 제티오의 관심사다. 국내에서는 막혀 있지만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는 원격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