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의 반응은 신속하고도 신중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들이 강경한 맞대응을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을 달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이 향후 도발 강도를 높여갈 경우 ‘화염과 분노’식 대응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면밀 분석 속 절제된 대응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협상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 수위 조절을 한 저강도 도발로 보이는 만큼 미국도 북한의 의도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절제된 대응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게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을 당시에는 화를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자신을 속인 것처럼 화를 냈다(pissed off)”며 “고위 참모진들이 그에게 ‘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는 어떤 트윗도 올리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다음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릴 때에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전날 밤처럼 벌컥 화를 내지는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北, 불만 표출하며 트럼프 압박”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언론들은 북한의 발사에 대해 “하노이 회담의 결렬 뒤 북한 내부에서 커지는 불만을 표출하며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미국에 협상하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지만,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여갈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의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에 흥미가 없는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인사들이 있다”며 북한이 이들에게 협상 중단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도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긴장 고조의 위험한 사이클로 되돌아가는 초기 단계에 놓인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일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국장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북한과 협상이 결렬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분명히 경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미국 상원의원이 “(대북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흠을 잡을 수 없는 분야”라며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4일 녹화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구상의 위협이며, 우리는 중국과 역내 다른 국가들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이행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