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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다이아몬드 왕관 쓰고… 태국 국왕 69년만의 대관식

입력 | 2019-05-06 03:00:00

선왕 서거뒤 2년 반 애도기간 거쳐…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거행
왕실 가마에 올라 7km가량 행진
무더위에도 국민 20만명 운집… 거국적 행사에 총 365억원 소요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4일 대관식을 마친 뒤 왕실 가마에 타고 에메랄드 사원으로 향하고 있다. 태국은 1950년 선왕 푸미폰 아둔야뎃의 대관식 이후 69년 만에 대관식을 치렀다. 방콕=AP 뉴시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67·라마 10세)이 왕위에 오른 뒤 약 2년 반 만에 늦깎이 대관식을 가졌다. 그는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이 2016년 10월 서거한 뒤 같은 해 12월 왕위에 올랐으나 선왕 애도, 행사 준비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대관식은 미뤄 왔다. 1950년 이후 69년 만에 치러지는 대관식 등은 4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4일 1시간 동안 진행된 대관식은 불교 및 힌두교의 전통에 따라 치러졌다. 먼저 와치랄롱꼰 국왕은 왕관을 받기 전 흰옷 차림으로 76개 지역에서 모은 성수를 머리와 몸에 붓는 정화 의식을 가졌다. 성수에는 태국을 상징하는 노란 꽃잎과 길조를 의미하는 기름이 담겼다.

이후 힌두교 최고지도자로부터 국왕의 공식 이름과 직함이 적힌 황금 명판과 왕권을 상징하는 왕실 휘장을 받았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200년 전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원석이 박힌 높이 26cm, 무게 7.3kg의 황금 왕관을 받아 머리에 썼다. 전국 사원에서 승려들이 종을 울리며 즉위 사실을 알렸고 왕궁 밖에서는 포병대가 예포를 발사했다. 그는 첫 어명으로 “모든 국민의 혜택과 행복을 위해 영원히 정의로움 속에서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 왕실 가족과 추밀원, 쁘라윳 짠오차 총리 등의 알현도 받았다.

다음 날인 5일에는 병사 16명이 둘러멘 왕실 가마에 올라 왕궁에서 3개의 왕실 사원까지 7km가량을 행진했다. 섭씨 37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만 명이 운집했다고 태국 정부는 밝혔다. 6일에는 와치랄롱꼰 국왕이 왕궁 발코니에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각국 외교사절단을 만난다. 앞서 3일 그는 대규모 사면 및 감형 조치를 단행했다. 대관식에는 10억 밧(약 365억 원)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폭넓은 존경을 받았던 아둔야뎃 전 국왕의 네 자녀 중 유일한 아들이다. 1952년 태어나 영국, 호주에서 유학했고 캔버라의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1972년 왕세자로 책봉된 뒤 육군 장교로 재직하면서 정보부대와 국왕 경호부대를 이끌기도 했다. 헬리콥터와 전투기 조종사 자격증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로 전환했지만 왕실모독죄로 최고 1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국왕의 권위와 힘은 막강하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3월 총선을 앞두고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모습도 보여줘 향후 태국 정가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태국 국왕은 ‘세계 최고 부자’ 국왕으로 평가된다. 왕실 재산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왕실 자산은 300억 달러(약 35조 원)로 추산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