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포르투갈 가수·1920∼1999)
우리는 불행한 사람들의 눈을 보며 자신의 현재 상태를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타인의 불행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 루치아’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지만 한 노동자의 죽음은 무시한다. 재벌 3세가 사는 미슐랭 식당의 밥을 얻어먹고 공짜 골프와 해외여행 접대는 즐기지만 가난한 청년의 고통은 ‘그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차갑게 비난한다.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인터넷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현대인이 고독해지는 현상을 지적했다. 사교 모임은 인터페이스에 불과하고, 우월감과 아름다움의 환상만 남고, 타인은 이용하다가 버린다. 결국 쇼핑, 관광, 미식, 학력 세탁, 성형수술, 피부 관리를 통한 나르시시스틱 쾌락만 남는다.
데이비드 흄은 도덕의 기초는 동정심이라고 말하고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공감이 없다면 사회 자체가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남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고려대생 고 이수현 씨, 민주주의를 위해 감옥에 갔던 젊은이들이 없다면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것이다. 정서적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겉은 아름다워도 역겨운 악취만 풍길 뿐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