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해자 분리보호 미흡
《 사랑받고 무럭무럭 자라나야 할 어린이들이 학대를 당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학대 가해자 중 친부모의 비율이 73.3%로 높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아동학대는 2만236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1만6386건(73.3%)이 친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학대를 저지른 부모와 함께 사는 한 아이들은 ‘재학대’ 위험에 노출된다. 친부모에 의한 재학대는 1952건(90.4%)이었다. 》
2016년 5월 전북 전주시의 한 주택. 생후 50일 된 A 양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질 듯 터졌다. 친모 B 씨(25)가 딸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허벅지 뼈와 쇄골 등이 부러져 있었고, 병원에 데려가니 전치 15주의 중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집에서 잠깐 잠든 사이 친부 C 씨(25)가 저지른 학대였다. C 씨는 갑작스러운 결혼과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해마다 늘고 있는 아동학대 건수 가운데 ‘부모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사례 2만2367건 가운데 1만7177건(76.8%)이 부모(양부모 포함)에 의한 학대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친부모의 학대 비율이 1만6386건(73.3%)으로 가장 높았다. 교사·베이비시터 등 대리양육자에 의한 학대가 14.9%(3343건)로 부모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친인척 4.8%(1067건), 타인 1.3%(294건)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2017년 2만2367건으로 16년 만에 10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면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아동학대가 발견된 뒤 또다시 학대가 이뤄지는 ‘재학대’ 역시 부모가 가장 많이 저질렀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사례 대비 재학대 비율은 9.7%로, 열 명 중 한 명은 아동학대를 당한 뒤 재학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재학대 사례 총 2160건 중 95%인 2053건이 부모에 의해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동학대를 경험한 피해 아동이 제대로 분리 조치를 받지 못하고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아동학대로 판단된 뒤 처음으로 피해아동에게 취해지는 초기 조치의 유형은 ‘원가정 보호’가 1만8104건(80.9%)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아이들이 가정에서 쉽게 분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의 궁극적 목적이 ‘가족 보존’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을 학대 부모로부터 분리해 보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7년 전국에 있는 57개의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보호한 아동의 수는 973명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아동보호기관도 부족하고 학대 아동을 맡아 보호하는 위탁가정도 적다”며 “쉼터나 보호시설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학대 아동 위탁이 늘어나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