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 신용카드, 보험 등 제2 금융권에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보험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징후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계층이 이용하는 제2 금융권, 그리고 서울 및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경고음이 먼저 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경우 국내 주요 7개사의 연체율은 모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높아졌다. 삼성카드는 작년 3월 말 1.14%에서 올해는 1.49%로, 현대카드는 0.86%에서 1.10%로 늘었다. 지방은행 가운데는 경남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 0.39%로 2017년 말의 0.15%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광주은행은 0.16%에서 0.28%로, 부산은행도 0.28%에서 0.43%로 크게 증가했다. 지방 경제가 좋지 않고, 특히 직장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 허투루 봐서는 안 될 지표가 보험 중도해약이다. 당장 생계의 위협 등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찾아간 중도해약 환급금이 지난해 27조5000억 원으로 재작년 23조6000억 원보다 16% 이상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의 보험 해지가 크게 늘었던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상케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2 금융권, 지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뜻하지 않은 충격이 외부에서 오고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제2 금융권이 먼저 심각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지방은 금융뿐만 아니라 제조업, 부동산 경기 등 총체적인 침체 상황임을 감안할 때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외곽에서 먼저 시작된 징후들이 전체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전반적인 경제정책 방향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는지 더 늦지 않게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