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바닥경기]제2금융권 ‘연체 경고등’
경기 둔화로 고전하는 서민들이 카드회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빚을 냈다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카드론이나 약관대출 등 2금융권 여신은 저소득층이 급전 마련을 위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불황기에 늘어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대출에 부실이 생긴다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부정적인 여파가 서민층부터 본격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가 더 꺾이면 제조업이나 자영업 침체가 발생하는 지방을 중심으로 금융 부실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금융권에서는 카드회사와 저축은행, 지방은행 등 2금융권 곳곳에서 대출 부실이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최근 많이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 기준)은 지난해 말 평균 5.99%로, 전년(5.38%)보다 0.61%포인트 올랐다. 부실채권 비중이 10%를 넘는 저축은행도 2017년 7개였는데 작년에는 9개로 늘었다. 심지어 경북의 한 저축은행은 이 비중이 50%를 넘었다.
최근 2년간의 실적통계가 있는 전국 신협 886곳을 보면 부실채권 비중이 지난해 말 평균 1.99%로 2%에 육박했다. 전년(1.71%)에 비해 0.28%포인트 오른 수치다.
○ 제조업 침체 지역은 자영업자 위험
제조업 침체의 골이 깊은 지방에선 자영업자의 연체가 늘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 식재료 공장을 운영하는 문모 씨(44)는 지역 경기 침체로 연 매출이 3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도 매달 300만 원의 운영비를 대지 못해 은행 대출을 일으켰고 지금은 그 한도가 다 차버려 연리 24%인 일수를 쓰고 있다. 문 씨는 “주변 사람들이 대거 실직해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도 10년 넘게 운영한 공장 문을 차마 닫질 못해 대부업체와 사금융을 쓰며 버틴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 지역의 한 신협 임원은 “지역이 비어가고 금융회사들도 개점휴업 분위기”라며 “기업들의 임금체불이 심각해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회사들에서 사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지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에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연체가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다”며 “신용등급 8등급 이하 서민들을 구제할 정책 금융상품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