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미래차 고용쇼크]현대차 노조 토론회서 위기감 확산
현대차 생산라인. 동아일보 DB
3일 울산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고용 토론회’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윤선희 4차산업 대응 연구위원회 팀장이 이런 수치를 나열했다. 노조 관계자들이 방문했던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는 30명가량의 업무를 자동화시스템 1개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을 듣던 한 조합원은 “회사는 (내가) 정년퇴직하는 2025년까지는 끄떡없다고 하더니 이제는 이미 대응에 늦었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에 따른 대규모 인력 감소와 미래차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연계해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강성 노조라고 비판받던 현대차 노조가 이날 자발적으로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일반 노조원들에게까지 설명하는 이례적인 자리를 마련한 이유다.
○ “혼돈의 시기, 주어진 시간은 1, 2년”
그는 “과거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빨리 미래자동차 시대가 오면서 고용에 큰 충격이 올 수밖에 없어 현실을 직시하자는 의미로 연 토론회”라고 밝혔다. 미래차 대응이 늦어져 수익성이 떨어지면 회사뿐 아니라 근로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지금이라도 함께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은 “전기차는 노동자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며 “혼란과 혼돈의 시기지만 (해법을 찾는 데) 주어진 시간은 1, 2년 정도로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사측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안정위원회 회의에서 2025년까지의 고용감소 예측치를 7000여 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등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맺은 기후협정에 따라 징벌적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해 생산해야 하는 최소한의 생산대수를 기준으로 한 예측이다. 전기차의 수익성이 커져 자연스레 생산량이 늘어나면 고용이 이보다 더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 “한국 자율주행차 82점… 기업 간 협력 없어”
이날 발표에 나선 자동차업계의 전문가들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미래차 준비의 수준에 대해서도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국가를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수준은 내연기관 기준 독일의 95%, 전기차는 일본의 92%, 자율주행차는 미국의 82%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따라가기 힘들다’의 기준이 되는 80%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발제에 나선 백승렬 고용안정위원회 자문위원(어고노믹스 대표)은 “현대차가 협력업체 체인을 잘 만들었지만 이들은 제품을 새로 기획하고 만드는 능력이 떨어져 미래차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차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위기를 조장한다”는 불만부터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작 전장업체인 ‘하만’은 삼성이 가져갔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현대차 근로자뿐 아니라 자동차 도시인 울산 지역경제에도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울산 시민들은 지역의 고용 축소가 소비 감소와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해체로 번지는 것을 최근 전북 군산지역에서 목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울산시에서는 정창윤 노동정책특별보좌관이 참석했다. 정 보좌관은 “현대차 노조는 이런 걱정을 하면서 준비라도 하지만 부품업체들은 여력도 없고 실제 준비도 못 하고 있다”며 “미래차로 인한 위기가 (부품업체 등) 변방에서부터 몰려오면서 울산 전체를 덮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울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