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내 성폭력 이상반응은 범죄신호
딸이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했을 때 친모는 딸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벌어진 A 양 피살 사건처럼 친모가 남편이나 동거남 등 가해자 편에 서는 일이 적지 않다. 가족 내 성폭력 사건의 경우 친모의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고려해 신속히 피해자를 보호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이가 거짓말” 가해자 편든 친모
2017년 말 중학교 2학년이던 C 양은 교내 상담 과정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해 온 사실이 파악됐다. 학교 측이 C 양의 어머니에게 피해 내용을 알리자 어머니는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다 이 아이 때문이었다”며 도리어 C 양을 탓했다. C 양의 어머니는 딸이 보호시설에 들어간 뒤 담당 상담사에게 “아이가 집에 없으니 남편이 신혼 때로 돌아간 것처럼 잘해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광주 의붓딸 살해사건 피해자의 친모 유 씨 역시 남편과의 관계를 위해 딸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피해자 친모 심리상태 고려, 적극 조치해야
가족 성폭력 사건들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피해자의 친모가 남편이나 동거남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압도당한 채 자존감이 극도로 낮은 경우가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가해자인 남편이나 동거남이 감옥에 갇힐 경우 생계유지나 자녀 양육이 어려워질까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딸에게 빼앗겼다는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광주 의붓딸 살해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피해자 친모의 왜곡된 심리상태를 감안해 선제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친모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것으로 우려되면 상담 치료를 받도록 하거나 피해자를 보호시설에 입소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의붓딸 살해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인 새아빠와 함께 사는 친모에게 딸의 성폭력 신고 사실을 알려 보복 살해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광주 동부경찰서는 의붓딸을 살해해 시체를 유기한 새아빠 김모 씨(31·구속)를 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혐의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보복살인죄의 최소 형량은 징역 10년으로 살인죄 최소 형량(5년)의 두 배다. 살인 및 시체유기 방조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어머니 유 씨는 광주 집에 머물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은지 eunji@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