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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앞두고… 요양병원 옮기던 80대 치매노인, 하루넘게 차량 방치돼 사망

입력 | 2019-05-07 03:00:00

병원측 “환자수 오인… 과실 책임”




80대 치매 노인이 요양병원 승합차에 하루 동안 방치된 뒤 숨졌다. 6일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북 진안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던 A 씨(89·여)는 3일 낮 12시 반경 전주의 B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요양원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요양원 측은 입원 환자 약 80명을 B병원을 비롯한 전주시내 4개 병원 등에 분산 배치하기로 했다.

A 씨는 요양원 환자 32명과 함께 B병원으로 가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B병원에서 보낸 12인승 스타렉스 승합차를 타고 다른 환자 6명과 B병원에 도착한 A 씨는 차량에서 내리지 못했다. B병원 측은 이를 모른 채 환자 32명만 입원시켰다.

4일 오전 진안 요양원으로부터 “환자는 모두 33명”이라는 사실을 통보받고 A 씨를 찾아 나선 B병원 직원들은 오후 1시 50분경 승합차 맨 뒷좌석에 쓰러져 있던 A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숨졌다. A 씨는 치매를 앓았지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병원 관계자는 6일 “승합차 운전자와 동승한 직원 1명에게 확인했지만 당시 그 차량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병원 과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41명이 오기로 했는데 일부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혼란이 있었다. 명단 확인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며 “유족과 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아들은 “환자 33명을 옮겼는데 건강했던 우리 어머니만 어떻게 차에서 내리지 못할 수 있느냐”고 황망해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A 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과 B병원 측에 대한 조사 및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 수사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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