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를 준비 중인 고지마치중 학생들. 아사히신문 제공
박형준 도쿄 특파원
처음부터 매끄럽게 진행된 건 아니다. 원래 1학년에는 4개 학급에 8명의 교사가 배정돼 있었다. 작년 초 8명의 교사를 4개 팀으로 나눠 1주 혹은 2주간 학급을 바꿨다. 작년 하반기부터 교사들이 1개월 이상 학급을 맡는 제도가 정착됐다. 학급과 가장 잘 맞는 교사가 그 학급을 오래 맡는 식이다.
이 혁신을 주도한 사람이 2014년부터 재직 중인 구도 유이치(工藤勇一·59) 교장이다. 그는 요미우리에 “도쿄도 교육위원회 근무 시절 학부모 불만의 대부분이 담임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됐다. 노련한 담임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어떤 담임은 헤매더라”며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시행 초기 교사들이 ‘전원 담임제’에 놀랐지만 1년이 지나니 반응이 달라지더라”며 “교원끼리 긴밀하게 연락하고, 학생 전체를 생각하게 됐으며, 집단따돌림 문제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립학교인데 어떻게 이처럼 과감할 수 있을까. 교육당국 등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까. 구도 교장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문부과학성의 룰을 지키면서도 학교장 재량으로 이만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일본에서 학급 담임제와 정기 시험을 규정한 법은 어디에도 없다. 각 학교가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을 신처럼 모시면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도쿄 특파원으로 지내면서 최근 일본으로 유학 온 한국 중고교생 소식을 자주 접한다. 매일 등교를 거부하는 중학생, 대입 입시 중압감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고교생…. 대부분 “한국 교육에선 숨이 막힌다”며 탈출하듯 일본으로 왔다. 과연 한국 학교와 교사들은 이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을까. 구도 교장은 저서 ‘학교의 당연한 것을 없앴다’에서 “학교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상당수는 지금까지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 혁신을 막는 것은 ‘법률’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