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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 맞은 러 여객기, 비상착륙중 화재… 최소 41명 숨져

입력 | 2019-05-07 03:00:00

기장 “이륙후 번개 맞아 수동조절, 교신 일부 재개… 관제소 유도 착륙”
연료 많이 남아 3차례 활주로 충돌, 흘러나온 연료에 기체 뒷부분 화재
러 언론 “일부 승객들 짐 찾으려고 통로 막아 뒤편 승객들 탈출 지연”




이륙 28분만에 비상착륙… 처참한 러 여객기 잔해 5일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활주로에 비상 착륙한 아에로플로트 소속 ‘수호이 슈퍼제트 100’ 여객기 꼬리 부분이 불에 타고 있다(위쪽 사진). 이 사고로 탑승자 78명 중 최소 41명이 사망했다. 이날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이륙해 북부 무르만스크로 향했던 사고기가 이륙 28분 만에 회항해 비상 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여객기 뒷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탔다. 모스크바=신화·AP 뉴시스

5일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소속 ‘수호이 슈퍼제트 100’ 여객기가 모스크바 공항에 비상착륙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78명 중 승객 40명, 승무원 1명 등 최소 41명이 숨졌다.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해군기지에서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해 강에 빠진 사고가 일어난 지 이틀 만이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예브게니 디트리흐 러시아 교통장관은 “시신 41구를 수습했다. 여객기 잔해에서 데이터 기록장치 2개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승객 다수는 유독가스로 질식해 숨졌으며 유일하게 목숨을 잃은 승무원은 기내에서 끝까지 승객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일부 승객들이 기내 수화물을 꺼내느라 통로를 막아 여객기 뒤편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사고는 5일 오후 5시 50분경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북부 무르만스크로 향했던 사고기가 이륙 28분 만에 비상 착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착륙 당시 여객기엔 연료가 많이 남아있었다”며 “기체가 세 차례 활주로와 충돌하면서 연료가 흘러나왔고 불이 붙어 여객기 뒷부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데니스 예브도키모프 기장은 6일 타스통신에 “이륙 후 기체가 번개를 맞아 관제소와 교신이 단절돼 수동 조종을 해야 했다”며 “이후 교신이 일부 재개돼 관제소의 유도하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뉴얼에 따라 착륙했지만 기체가 무거워 착륙 후 불이 붙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조종사 운항 미숙 △장비 고장 △악천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객기 사고는 대부분 기체 결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틀 전 미 플로리다주 여객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브루스 랜즈버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부위원장은 5일 “사고기 관리일지에 왼편 역추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여객기 탑승객 대부분이 군 관계자였기 때문에 탈출 경쟁을 하는 대신 서로 탈출을 돕는 데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CNN이 전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사고를 일으킨 ‘보잉737-맥스8’ 기종도 기체 결함이 있었을 것이란 정황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737 기종에 기본으로 장착됐던 ‘받음각(AOA) 센서 경보등’이 맥스8 기종에서는 선택 품목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항공사에 뒤늦게 알렸다. 항공기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AOA 센서 고장은 두 여객기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AOA 센서 경보등이 작동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보잉이 이를 미리 알고도 제때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