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11일 개막 예술의 사회적 기능 집중조명, 각국 큐레이터의 국가관 총 91개 생존 작가의 작품들로만 구성… 이례적으로 여성 작가가 절반 서구 중심주의-상업성도 화두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는 생존 작가 작품으로만 구성되며 줄리 메레투, 조지 콘도 등 유명 작가도 포함된다. 나이지리아 출신 여성 작가 은지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의 ‘And We Begin to Let Go’. 베니스 비엔날레 제공
11일 공식 개막하는 제58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리뷰가 8일 시작된다. 영국 헤이워드갤러리의 디렉터 랠프 루고프(62)가 총감독을 맡아 ‘당신이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을 주제로 국제전(본전시)을 선보인다. 각국 큐레이터가 담당하는 국가관은 총 91개다.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2017년)의 주제는 ‘예술 만세’였다. 그러나 브렉시트, 난민 등 국제사회가 요동치는 가운데 예술만을 앞세운 전시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루고프 총감독은 “예술이 정치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순 없지만, 간접적으로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변화시킬 순 있다”고 제안한다.
가나 작가 이브라힘 마하마의 ‘Non Orientable Paradise Lost 1667’. ⓒIbrahim Mahama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이에 대해 비엔날레 대표인 파올로 바라타(79)는 보도자료에서 “베니스를 향한 비판에 이솝 우화의 ‘당나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한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끌고 마을로 갔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자 ‘이기적’이라고 했고, 아들이 타자 ‘불효자’라고 했다. 부자가 함께 타자 ‘동물 학대’라고 비판받아 당나귀를 들고 가던 두 사람은 비웃음을 샀다. 비엔날레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고 관람객이 예술을 깊이 느끼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끊임없는 비판에 장단을 맞추기보다 비엔날레의 목적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해명의 배경엔 지난 10여 년간 베니스를 향해 꾸준히 제기돼 온 ‘서구 중심성’과 ‘상업성’에 대한 지적이 자리한다.
1895년 시작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만국박람회’ 형태로 출발했다. 이런 역사에 자연스럽게 서구 선진국 국가관이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등 ‘서구 중심의 문화를 전파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더 심각하게 제기된 것은 상업성 문제다. 각 국가관의 전시 비용은 비엔날레 주최 측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 지원조차 줄어들어 사기업이나 상업 갤러리의 후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베니스가 좋은 타이틀이 되기에, 특정 집단의 작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다.
우루과이 작가 질 멀레디의 ‘The Fight Was Fixed’. ⓒCourtesy White Cube
국내 한 미술평론가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가 미술 중심지로서 빼앗긴 명성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에서 시작했다”며 “참가국에 상을 주는 ‘줄 세우기’로 권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