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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식 회장 “가맹점주 수익 올려주는게 최고의 상생”

입력 | 2019-05-08 03:00:00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은 평소 ‘책과 신문’에서 경영의 길을 찾는다고 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제공


토종 패스트푸드 브랜드 ‘맘스터치’는 2018년 기준 전국에 1167개 매장이 있다. 매장 수만 따지면 롯데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2014년(559개)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2845억 원, 영업이익은 231억 원으로 2004년 법인 설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요즘은 ‘맘세권’(맘스터치+역세권)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글로벌 브랜드 틈에서 맘스터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창립 15년 만에 핫한 브랜드가 된 맘스터치의 성공에는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59)의 진두지휘가 있었다.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 브랜드 파파이스에서 운영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당시 정현식 상무는 파파이스가 제2의 브랜드로 내세운 ‘맘스터치’가 적자를 면치 못하자 브랜드를 독립시켜 직접 경영에 나섰다. 2016년까지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다 이듬해 회장직에 올라 장기적인 경영 전략과 해외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본사 집무실보다 해외 현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막 스페인에서 귀국한 정 회장을 2일 만나 인터뷰했다.


―요즘은 주로 해외에 있다고 들었다. 출장길에서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의 몫이다. 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글로벌 시장 관계자를 만난다. 5년, 10년 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몸이 외국에 있으면 우리 회사를 아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한국에서 골머리를 앓던 일들도 외국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 토종 브랜드 최초로 미국(캘리포니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말 그대로 도전의 의미가 크다. 미국 1호점은 주변 의견에 따라 철저히 ‘현지화’를 했다. 국내 맘스터치에서는 튀긴 치킨을 패티로 쓰는데 미국 소비자들은 튀긴 것보다는 구운 것을 좋아한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우리가 잘 안 했던 메뉴를 선보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였다. 맘스터치만의 브랜드 정체성이 없어져 차별화 포인트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1호점은 과감히 문을 닫았고, 조만간 맘스터치다운 메뉴로 다시 미국 시장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뉴욕을 비롯해 출점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과 달리 인구가 몰리는 번화가에 매장이 별로 없다.

“우리도 눈에 띄는 곳에 크게 내고 싶다. 그런데 이런 곳에 큰 매장을 내면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자연스레 가맹점주의 매출 부담도 커진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이 ‘상생’이다. 주말도 없이 힘들게 일하는 가맹점주의 수익을 어느 정도 맞춰주는 게 본사의 역할이다. 동네 골목을 택한 것도 가맹점주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일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심각한데 결국 ‘매출이 깡패’라고 생각한다. 가맹점주가 돈을 벌게 해주는 게 중요하단 뜻이다.”

―매출, 매장 수 모두 눈에 띄게 성장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아직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 해외 진출 등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 시장에서 3000억 원 가까운 매출로 성장한 데는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을 키워준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한 것의 반은 그들 덕이다. 진심이다. 또 하나는 글로벌 기업보다 좀 더 ‘스피디’하게 경영한 덕이 아닌가 한다. 롯데리아, 맥도날드가 항공모함이라면 우리는 돛단배다. 돛단배가 기동성은 좋지 않나. 저렴한 가격도 우리의 장점이다(맘스터치의 대표 메뉴는 ‘싸이버거’로 3400원이다). ‘사촌이 파는 음식도 싸고 맛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공략하고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인건비도 물가도 올랐다. 가격 인상 압박은 없나.

“당연히 있다. 인건비 원재료 값이 올랐다고 바로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는 건 선수가 아니다. 그걸 방어하는 게 본사의 경영 노하우이고 역할이다.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정부의 프랜차이즈 원가 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격은 각 기업이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게 경쟁력이고 노하우다. 원가 공개가 본격화되면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붐바타’라는 이름으로 화덕 샌드위치·피자 사업도 시작했다.

“화덕 피자 도로 만든 신개념 샌드위치다. 화덕 도의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샌드위치에 담아봤다. 상추쌈처럼 싸먹는 쌈 피자도 인기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요즘 식문화를 반영한 측면도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