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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서영아]‘인보사’ 파문

입력 | 2019-05-08 03:00:00


주로 노인에게 많은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주위 뼈와 관절막 등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환자들은 “몸도 오래 쓰면 여기저기 탈이 나게 마련”이라며 통증을 감내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 헤매게 된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이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등 첨단 의학을 활용한 치료 방법도 부쩍 늘었다.

▷코오롱 생명과학이 2년 전 내놓은 신약 인보사는 한국이 개발한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술 대신 주사 한 방이면 그 지긋지긋하던 무릎 통증에서 한동안 해방된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낭보였다. 1회 치료에 700여만 원이 드는 고가인 데다 약효도 2∼3년에 불과하지만 수술이 아닌 치료법을 찾던 중증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국내에서는 2017년 7월 판매 허가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임상시험(3상)에 들어가 있었다.

▷문제는 미국에서 3상 승인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신약 성분 일부에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고, 인체 세포 중에서도 신장세포는 암세포와 마찬가지로 무한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종양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오롱 측은 사전에 방사선 처리로 문제 세포를 죽였다고 해명했지만 의학적 안전성을 인정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3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국내 제조 및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 이어 코오롱 측이 이 같은 사실을 어느 시점에 알았는지가 쟁점이 되면서 기업의 신뢰성마저 도마에 올랐다. 3일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가 이미 2년 전에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을 공시하자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덜컥 주사를 맞아버린 이들의 불안이 가장 크다. 인보사의 임상시험 단계나 시판 후 치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3900여 명. 피해자들을 위한 모임 사이트에는 “암세포를 몸에 주입한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방송에 나오던데 걱정이 많다”거나 “마루타 생체실험을 한 거냐”며 분노를 드러내는 환자와 가족들이 적지 않다. 비싼 가격을 감내하면서도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술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배신감은 더욱 크다. 식약처는 20일 미국 현지 실사를 한 뒤 빠르면 이달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와 보건당국은 무엇보다 처방받은 환자들의 불안에 신속 정확하게 답해줘야 한다. ‘황우석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을 겪은 국민들의 우려와 혼란을 덜어줄 유일한 방법은 진실 규명뿐이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