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하지만 현지에서 들은 답은 생소했다.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답이 일반적이었다. 간혹 “이게 훨씬 낫다”는 답도 돌아왔다. 그리고 실제 현장을 가보니 그곳 사람들은 사라진 일회용품에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았다. 마트의 자율포장대는 한산했다. 노끈과 테이프를 비치해 정 필요한 경우 종이상자를 유료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오전 내내 누구도 종이상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천 장바구니 3개에 당면과 생선, 달걀 등을 담아 간 이소현 씨(44)는 “종이상자에 담아 가면 집에서 테이프를 떼 낸 뒤 상자를 펴서 배출해야 해 더 귀찮다”며 “장바구니는 돌돌 말아 뒀다 나중에 다시 쓰면 되니 훨씬 편하다”라고 말했다.
장례식장도 마찬가지였다. 일회용품이 사라진 장례식장에선 깨끗하게 씻은 그릇과 컵으로 조문객을 대접했다. 장례식장에선 조문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으니 ‘아무래도 불편하다’는 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한결같았다. 되레 “일회용품이 없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힘든 일 없다”는 웃음소리만 쏟아졌다. 다만 장례식장 직원들도 처음에는 걱정이 컸다고 했다. 일회용품을 없애면 설거지가 늘어 직원 수를 늘려야 하나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마주한 ‘일회용품 없는 현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직원을 더 뽑아야 할 정도로 일이 늘지도 않았고, 설거지 거리가 많아진 대신 일회용품을 계속 채우고 치우는 일이 사라졌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로드맵에는 제주도의 성공을 계기로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 등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일회용품이 사라지면 불편할 것이라고 지레 걱정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제주 지역 주민들을 보면서 ‘인간은 적응의 동물’임을 새삼 깨달았다. 적응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어도 적응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게 우리의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면 더더욱….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