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미래다]<10> 수자원公 깨끗한 수돗물 만들기
지난달 17일 경기 양주시 한 아파트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얼음과 자체 개발한 세척장비를 활용해 옥내 배관을 세척하고 있다. 세척 전 0.45NTU였던 수돗물 탁도는 세척 후 0.12NTU로 크게 떨어졌다. 탁도가 낮을수록 물이 맑다는 뜻이다. 양주=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배관을 세척하니 확실히 더 맑아졌네요.”
지난달 17일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단지 가정집을 방문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주방 수도꼭지에서 나온 수돗물의 탁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0.12NTU. ‘먹는 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탁도 기준치(1NTU)의 8분의 1에 불과했다. 탁도는 잔류염소, pH, 철, 망간과 함께 수돗물의 수질을 나타내는 5대 지표다. 탁도가 낮을수록 물에 이물질이 없고 맑다는 뜻이다.
○ 수돗물 불신 씻어내는 ‘워터 닥터’
2014∼2016년 3년간 경기 파주에서만 시행하던 이 사업은 2017년 경기 양주, 지난해 경기 동두천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양주, 동두천, 전남 나주와 경남 거제 등 4곳에서 시행한다.
○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수질관리 역량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국민은 10명 중 1명 미만이다. 2017년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국민 1만2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7.2%에 그쳤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11개 회원국의 평균(51%)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이 41.7%로 가장 많았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깨끗하게 정수한 수돗물이라도 배관을 거치면서 수질이 나빠진다’고 믿는 것이다.
국내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300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만 가정으로 공급된다. 내년에는 검사 항목이 500개로 늘어난다.
반면 호주의 수돗물 검사 항목은 255개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104개, 77개에 불과하다. 국내 수돗물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정수 처리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 국내 전체 정수장 10곳 중 4곳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오존과 숯 등을 활용해 기존 정수처리시설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불쾌한 냄새나 맛, 미생물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다.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 비율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수질 결과 알려주니 수돗물 신뢰도 ‘껑충’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질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곳도 있다. 수자원공사가 2014년 국내 최초로 파주시에 조성한 ‘스마트워터시티(SWC)’가 대표적이다. 수돗물이 아파트 물탱크에서 옥내 배관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아파트단지 전광판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자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주민이 사업 이전 1%에서 현재 36.3%로 크게 늘었다. 상당수 주민들이 매일 수질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떨쳐낸 것이다.
환경부는 파주시 사례를 토대로 2017년부터 세종시에 SWC를 만들고 있다. 아파트단지가 완공된 뒤 수질 관리에 각종 ICT 설비와 기술을 접목한 파주와 달리 세종 SWC는 도심 설계 단계부터 ICT 설비와 기술을 적용했다. 내년 완공되는 세종 SWC에서는 투명한 수질 관리로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높여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환경부의 목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가 파주 SWC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수질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