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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 식수, 수돗물 32원-생수 1만1825원

입력 | 2019-05-08 03:00:00

[환경이 미래다]시민 대상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선
‘먹는 샘물’ 제치고 가장 맛있는 물




깨끗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도 지구온난화를 막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수돗물은 동일한 양의 먹는 물을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페트병 생수나 정수기 물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4년 공산품을 제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해 ‘탄소성적표지’를 발간했다. 이산화탄소는 생산과 유통, 냉장 등 모든 과정에서 나오는데, 이를 정량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성인 물 섭취 하루 권장량인 2L를 기준으로 수돗물을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0.512g이다. 반면 페트병 생수는 238∼271g, 정수기는 171∼677g에 달한다. 정수기 물이 수돗물보다 이산화탄소를 최대 1322배 많이 배출시키는 셈이다. 또 2017년 한 해에만 28만6325t 생산된 페트병은 최근 국제적으로 폐플라스틱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돗물을 꺼리는 데는 ‘맛이 없을 것’이란 선입견이 한몫한다. 하지만 201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광주에서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물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물맛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44%가 가장 맛있는 물로 수돗물을 꼽았다. 국내에서 생산한 먹는 샘물(39%)과 해외에서 수입한 먹는 샘물(17%)이 그 뒤를 이었다. 2012년에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세계 물맛 대회’에서 한국 수돗물이 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제성은 수돗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2014년 ‘수돗물의 경제적 가치 재고찰 필요성에 관한 연구’에서 4인 가족이 수돗물을 마시면 최대 월 2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4인 가족이 마시는 식수량을 월 72L로 가정하고 수도 요금과 페트병 생수 구입비, 정수기 유지관리 비용 등을 비교한 결과다.

먹는 물 72L만을 기준으로 봤을 때 수돗물 요금은 매달 32원에 불과하다. 같은 양의 물을 페트병 생수로 마시면 1만1825원, 정수기는 2만1881원을 내야 한다. 가정에서 페트병 생수나 정수기 대신 수돗물을 마시면 연간 14만∼26만 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