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다른 교사들 “학대 정황”… 원장에 알렸지만 아무 조치 안해
지난달 초 인천 남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 교사들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구의원 A 씨에게 일부 교사의 원아 학대 정황을 알렸지만 묵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2월까지 이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한 보육교사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육교사 B 씨가 아이들이 밥을 다 먹지 않으면 세워놓고 끝까지 먹게 하거나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았지만 A 씨 등 어린이집 간부들은 쉬쉬했다”고 말했다. 2월 어린이집을 그만둔 다른 보육교사도 “2월 초 A 씨에게 ‘B 씨가 학대 교사가 될 가능성이 많은데 왜 모른 척하느냐’고 따졌지만 B 씨에게 주의를 주는 등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본보가 지난달 30일 이 어린이집과 관련된 아동학대 의혹을 보도한 뒤로 “우리 아이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 전모 씨(30·여)는 “5세 아이의 팔 안쪽에 피멍이 든 걸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4세 원아 학부모 조모 씨(31·여)는 “아이로부터 ‘밥풀을 흘려서 선생님이 내 등을 아프게 꼬집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원아의 몸을 상습적으로 꼬집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으라고 강요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B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을 그만둔 교사들은 A 씨가 구의원 임기 도중 어린이집 운영에 관여하는 등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정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교사들은 “지난해 초 A 씨가 입사 면접을 했고 올해 2월 어린이집을 그만둘 때도 A 씨를 통해 퇴직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지방의원은 지자체 지원을 받는 어린이집의 예산 편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어린이집 대표를 맡을 수 없게 돼 있다. A 씨는 “구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어린이집 운영에서 손을 뗐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내부 경고가 있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혼돈스러운 상황이니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해명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