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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사극 3파전 ‘토요일 밤의 열기’ 예고

입력 | 2019-05-08 03:00:00

동학농민운동과 항일독립운동, 고조선 등 중량감 있는 역사적 소재가 스타 제작진과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주말 대작 사극으로 돌아왔다. 위부터 SBS ‘녹두꽃’, MBC ‘이몽’, tvN ‘아스달 연대기’. SBS·MBC·tvN 제공


“대하드라마가 제발 부활했으면 합니다.”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배우 유동근의 수상 소감이 꽤나 화제였다. 유동근은 이례적으로 타사 드라마인 ‘미스터 션샤인’까지 언급하면서 정통 사극의 부활을 호소했었다.

그의 소망이 이뤄진 걸까.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동학농민운동 125주년 등 여러 역사 이벤트를 계기로 대작 사극 경쟁이 펼쳐진다. 먼저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이 지난달 24일 첫 방송으로 포문을 열었다. 조정석과 윤시윤, 한예리가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나뉘어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운명을 그렸다. ‘뿌리 깊은 나무’의 신경수 PD와 ‘정도전’을 집필해 사극 팬들이 복귀를 기다렸던 정현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달 4일 첫 방송을 한 MBC 토요 드라마 ‘이몽’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일대기를 다뤘다. 유지태가 비밀결사 의열단 단장 김원봉 역을, 이요원이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 역을 맡았다. ‘사임당―빛의 일기’를 연출한 윤상호 PD와 ‘아이리스’ 시리즈의 조규원 작가 작품이다. 제작비 약 200억 원을 투입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올해 초 정통 사극 ‘왕이 된 남자’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낸 tvN은 다음 달 1일부터 토·일 오후 9시에 송중기, 장동건 등 톱 배우를 내세운 대작 ‘아스달 연대기’를 편성할 예정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드물게 상고시대 문명을 다룬 작품으로 제작비 4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생’,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가 연출을 맡고 ‘육룡이 나르샤’의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아스달 연대기’가 본격적으로 방송되는 6월이 되면 토요일 밤 시간대 ‘대작 3파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사극은 현대극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들지만, 그에 비해 간접광고(PPL) 수익은 떨어진다. ‘이몽’의 김승모 CP는 제작발표회에서 “항일 드라마다 보니 해외 판매나 협찬, PPL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사극이 콘텐츠의 주 소비층인 20∼40세대에 맞춰 로맨스와 판타지를 결합하고 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한 ‘퓨전 사극’으로 소비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해를 맞이한 만큼, 역사적 사실에 무게감 있는 스토리를 더해 승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는 늘 인물과 소재, 상상력의 창고 역할을 해 실제 역사가 가진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르물처럼 제작하던 사극에 최근 시청자들의 트렌드에 맞춘 정통 사극까지 더해 이야기를 꾸려가는 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