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北미사일 추정 2차발사는 추가 공지도 안해 ‘축소 의혹’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7일 북한이 4일 발사한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특정하기 어렵고, 발사 상황 역시 도발로 보기 어렵다며 그 근거를 국방부 보고를 토대로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 관계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끈을 이어두기 위한 방어 논리치고는 빈약하거나 자기모순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국방부는 탄도미사일로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로 우선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비행 사거리가 240여 km로 짧았다는 것을 제시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국제사회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최대 사거리 1000km 이하인 미사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7년 1월 기자단에 제공한 북한 미사일 설명 자료에서 최대 사거리 300km 이하는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CRBM)’로 구분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2014년 8월 시험 발사한 KN-02 개량형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km지만 군 당국은 이를 탄도미사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그대로 모방했을 경우 최대 사거리가 500km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4일 기록한 비행 거리를 곧 최대 사거리로 평가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전 북한의 도발 시에는 신속하게 분석 결과를 내놓는 등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2017년 5월 21일 북한이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불상의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했다가 35분 만에 “불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구체적으로 추가 발표했다. 2017년 11월 29일 오전 3시 17분에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자 1분 뒤 “불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뒤 추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추가 발표했다.
국방부는 4일 북한이 오전 9시 6∼27분에 걸쳐 1차로 발사한 뒤 10시 55분 2차 발사를 했는데, 10시 55분 발사에 대해선 추가 공지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국방부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관계자들에게 보고하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10시 55분에 발사한 발사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데, 민감한 미사일인 만큼 추가 공지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