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D, E등급 서울에만 53개 동… 구청 “사유재산이라 철거도 못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A아파트. 복도 벽면을 손바닥으로 쓸자 어른 손바닥 크기 반만 한 콘크리트가 ‘툭’ 하고 떨어졌다. 벽 곳곳엔 금이 가 있었다. 금을 메우기 위해 여기저기 시멘트가 덧발라져 있었다. 하지만 시멘트 위로 또 굵은 금이 가 있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문영란 씨(62·여)는 “새벽이면 집 안에서 모래가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본보 기자와 함께 아파트를 둘러본 안형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은 “건물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는 소리”라며 “붕괴의 전조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 지어진 3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배관이 녹슬고 합판으로 덮인 복도 천장은 아래로 내려앉아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에서는 건축물 안전 등급을 A∼E 5개 등급으로 나눈다. D·E등급을 받은 건물은 붕괴 위험이 큰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한다. 특히 E등급 판정이 내려지면 자치단체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건물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6일 현재 빈집 없이 54가구가 살고 있다. 영등포구는 주민 대피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사유 재산이어서 함부로 철거할 수도 없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A아파트처럼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된 아파트가 서울에만 53개 동이 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