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유병원
연세유병원 로비. 병원에 들어서자 도심 속 휴양지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유태원 원장은 “환자들에게 편안한 쉼의 장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환자와 신뢰를 쌓는데 공간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도착했다. 신도시 특유의 형태로 정리된 상가 건물에 들어서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대형 간판들 사이로 목적지가 눈에 들어온다. 연세유병원. 척추 전문 재활의학과 병원이다.
병원에 먼저 다녀온 동료가 기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병원이 있다”고 해서 따라나선 곳이다. 웬만큼 독특하다는 병원은 많이 찾아다니지만 동료의 호들갑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가에 있는 듯
연세유병원의 치료실 리셉션.
병원은 휴양지 그 자체였다. 천장에는 리조트에서나 본 듯한 실링팬이 돌아가고 벽에는 누군가 서핑을 막 끝내고 벽에 세워둔 것 같은 서핑보드가 있다. 안내데스크 한 쪽에 걸린 알록달록 꽃 장식 팔찌와 목걸이는 병원에 온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병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 속 바다는 잔잔한 파도가 출렁인다. 천장에 매달아놓은 흔들의자는 병원 내에서도 줄 서서 기다려야 앉아볼 수 있다는 핫 플레이스다.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집어넣고 흔들흔들 의자에 몸을 맡기면 통증으로 예민했던 몸과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다.
이 독특한 병원을 기획하고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하는 성호동 연세유병원 전략기획이사는 “심한 척추 통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며 “몸이 아프니 마음도 예민해지더라”고 말했다.
환자 눈높이에 맞춰 소통
포근하고 편안한 병원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대비되는 병원 바닥이 눈에 거슬렸다. 흰색과 검정색이 마름모 형태로 배치된 바닥이다. 성 이사는 “마름모의 뾰족한 모서리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긴장을 느끼게 한다”며 “긴장이 고조됐을 때 주변의 원목과 스크린을 보면 더 풍성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이 있는 진료실로 가려면 책들이 빼곡히 차있는 복도를 지나야 한다. 책장에 꽂혀있는 다양한 책들은 모두 유 원장이 직접 구입하고 읽었던 책들이라고 한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이번에도 바닥 타일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북유럽의 어느 가정집에서나 사용할 것 같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발랄한 타일이다.
원목으로 짜놓은 큼지막한 책상에는 환자와 소통을 쉽게 해주는 인빌트 터치스크린이 환자 눈높이에 맞춰 설치돼 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불편하게 봐야 하는 다른 병원들과는 다르다.
특색 있는 물리치료실과 입원실
병원에 와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에 눈이 익숙해지니 아이러니하게도 치료실 입구에 있는 척추감압장비와 같은 최신 기기가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MRI, 초음파, CT 등 최신 장비들이 모여 있다.
재활치료실에 있는 각 방들은 기능과 특성에 맞게 배치해 놨다. 스마트필름이 장착된 개방형 유리벽은 투명도를 조절해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외부 시선이 가려지도록 배려했다.
7층으로 내려가면 입원실이다. 병상마다 1인용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부착돼 있다. 복도에 있는 공용 샤워실의 핫핑크색 벽과 금색 샤워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침 이곳에 입원 중인 환자가 샤워를 막 마치고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괜한 호기심이 발동해 말을 걸었다. “병원 어때요?” “좋아요. 선생님도 잘 봐주시고 생활하기도 아주 편해요.”
연세유병원은 병원을 방문했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독특한 병원 전경을 사진으로 찍어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 원장은 “통증은 주관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한다”며 “일관성이 없어 같은 치료를 해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라며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의 환자 진료 시간은 실제로 평균 30분 이상이다. 처음 병원을 방문한 환자를 진료할 때는 한 시간을 넘길 때도 종종 있다.
주차를 했다고 하니 배웅을 나온 성 이사가 귀여운 코인 하나를 손에 쥐여준다. 주차증 대신이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