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 놓고 향후 1년간 심사 EU 등 최소 9개국 모두 승인필요… 中-日과는 선박종류 달라 장벽 낮아 선사 집중된 유럽선 선가상승 우려 “가격 오르면 중고선박 가치도 상승… 유럽선사 자산가치 올라 셈법 복잡”
조선업계의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에 탄생하게 될 초대형 조선사를 이렇게 부른다. 수주 잔량에서 세계 1, 2위인 두 대형 조선사가 합병되면 다른 조선사를 완전히 뛰어넘는 초대형 조선사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합병을 위해 중간지주회사 설립 절차 등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조선업계에서는 앞으로 1년가량에 걸쳐 진행될 결합 심사를 무사히 통과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3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까지 “해외 주요 국가의 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힐 정도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U를 포함해 최소 9곳 이상의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내야 할 것으로 보이는 결합 심사에서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두 회사의 합병은 무산된다. 우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경쟁국들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두 나라는 다수의 조선소를 보유한 경쟁국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이 국가들이 주로 생산하는 선박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들어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결국 EU의 판단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선박 생산에서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선박을 구입하는 주요 선사가 집중돼 있어 ‘통합 이후에 선가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던 대우조선해양이 입찰 과정에서 선가를 낮추면서 저가 수주를 이끌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에서는 “배를 발주하는 것은 전적으로 선주들의 선택이면서 권리로 선박 시장에서는 발주자가 가격 결정의 우선권을 쥐고 있다”고 반박한다. 통합이 곧 선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비슷한 선박을 만드는 두 회사가 중복 투자를 줄이고 더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선박을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복잡한 심사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심사가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