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조기에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계획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고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식량지원에 대한 언급 없이 두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발표의 차이가 보여주듯 대북 식량지원은 그 방식이나 규모, 시기 등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식량지원 방침을 서둘러 공식화한 것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은 최근 북한 주민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 국제기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있다. 하노이 결렬 이후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단거리 무기 발사에 나서자마자 식량지원을 공식화하고 나서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경 도발에도 불구하고 식량을 지원받으면 북한은 이를 도발을 통해 얻어낸 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길 게 분명하다. 과거 북한은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감행하면서도 한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을 얻어내는 특유의 ‘저팔계 외교’에 능수능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