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대49로 ‘친문 핵심’ 김태년 눌러
8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의원(가운데)이 이해찬 당대표(왼쪽), 전임 홍영표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아 들었다. 국회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 원내대표는 “주요 정책 결정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주도하고 이견이 생기면 청와대와 빈틈없이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 신임 원내대표는 강성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선거 기간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며 ‘달라진 이인영’을 강조해 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정치라는 축구장에서, 레프트 윙에서 옮겨 중앙 미드필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제 안의 낡은 관념 아집부터 불살라 버리겠다. 자유한국당이 극우로 갈 때 신속하게 중원을 장악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당선 후 일성으로도 “(의원들의) 말 잘 듣는 그런 원내대표가 되겠다. 고집 세다는 평을 깔끔하게 종식하겠다.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 의원들은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2차 투표에 가서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박빙의 승부를 예측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1차 투표부터 54표를 얻어 김 의원(37표), 노웅래 의원(34표)을 비교적 큰 표 차로 따돌렸다. 원내대표 경선에 세 번째 출마한 노 의원에 대한 동정표가 쏠리면서 김 의원에 대한 표 결집이 약화된 것도 이 원내대표 승리의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의원이 당선되면서 당청 관계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당정청 회의와 소통 협력의 첫 출발은 상임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당 중심의 당청 관계를 예고했다. 그는 “주요 정책의 결정은 상임위가 해당 부처를 주도하고 이견이 생기면 청와대와 빈틈없이 조율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당정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당이 상대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들러리만 서고 있다는 일각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이 원내대표와 김 의원 간 경합 끝에 김 의원이 이기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 원내대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이 이해찬 대표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김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차지하면, 지도부가 한쪽으로 쏠리고 내년 총선 공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신 참모들의 내년 총선 출마가 대거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 현역 의원들이 ‘친문 일색’ 지도부에 반감을 표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내일이라도 바로 연락하고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을 백지화하라는 한국당의 요구도, 한국당에 무조건 굴복하고 들어오라는 요구도 모두 불가능하다”며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지 정성껏 예의바르게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
△출생지: 충북 충주 △생년월일: 1964년 6월 28일 △학력: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사 △주요 경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3선 국회의원(17, 19, 20대), 20대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장
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