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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담판 앞두고 숨죽인 금융시장 “무역전쟁, 안전띠 조여라”

입력 | 2019-05-09 03:00:00

9일부터 워싱턴서 협상 돌입




월가에 닥친 충격파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추가 인상 발표 이후 미중 무역전쟁 재개 우려가 높아지면서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가 하락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신화 뉴시스

“안전띠를 단단히 조여라(Fasten your seatbelt).”

6일 미국 2위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투자자에게 보낸 메시지다. 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중 무역관세 추가 인상 계획을 밝히고, 미중 무역전쟁 재개 우려가 고조된 지 하루 만이다. 이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하면서 월가 일각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CNBC 등이 전했다.

8일 아시아 증시는 전날에 이어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2.63포인트(1.12%) 내린 2,893.76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321.13엔(1.46%) 빠진 21,602.59엔으로 마쳤다. 한국 코스피도 8.98포인트(0.41%) 떨어져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도 8.08포인트(1.07%) 빠졌다.

7일 미 뉴욕 증시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73.39포인트(1.79%) 빠진 25,965.09로 마쳤다. 1.79% 하락은 애플 실적 쇼크가 있었던 올해 1월 3일(2.83%) 이후 4개월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65%, 1.96%씩 떨어졌다. 이날 영국 런던증시 FTSE 100지수(―1.63%),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30(―1.58%), 프랑스 파리증시 CAC(―1.60%)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관세 추가 인상 계획을 밝힌 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가 이를 재확인하면서 세계 증시의 공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 한발 물러설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측이 예상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무역전쟁 재개 우려를 높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이 ‘최종 합의문에 기술이전 강요 금지를 명문화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수위가 낮은 규제행정 조치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혀 양국 마찰을 격화시켰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6.4%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양국 무역 갈등에도 중국 경제가 호전 기미를 보인 것 역시 중국 측의 강경한 태도에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8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중국 정부의 일련의 정책은 분명한 효과를 거뒀다. (미국의) 관세 몽둥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9, 10일 이틀간 미 워싱턴에서의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 인상 최후통첩일인 10일이 무역협상 타결 및 세계 주식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 전문가들은 남아 있는 시간이 촉박해 10일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CNBC는 월가의 ‘신(新)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10일 대중 관세가 오를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도쿄=박형준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