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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구로 끝… ‘사이영급 괴물’ 두번째 완봉 류현진, 4승 공동2위

입력 | 2019-05-09 03:00:00

애틀랜타 강타선 맞아 4안타-6K, 5회까지 퍼펙트에 30.1이닝 무볼넷
전 구단 상대 승리… ERA 2.03으로
팀도 2016년 커쇼 이후 첫 완봉승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선발 투수 류현진이 8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안방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9이닝 6탈삼진 무실점으로 6년 만에 완봉승을 달성하며 시즌 4승째(1패)를 거뒀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4만7337명이 들어찬 관중석이 들썩거렸다.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9이닝 내내 마운드에서 무결점 피칭을 펼친 한 명에게 집중됐다. 이날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기립박수가 나왔을 만큼 인상적인 투구였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안방경기에서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완벽 투구로 시즌 4승째(1패)를 거뒀다. 다저스의 9-0 완승. 2013년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2170일 만의 메이저리그(MLB) 2번째 ‘완봉승’이다. 애틀랜타를 상대로 정규리그 첫 승을 거두며 2013년 MLB 데뷔 이후 6년 만에 내셔널리그(NL) 전 구단(14개·다저스 제외) 상대 승리를 맛봤다. 이날도 ‘공짜 출루’(볼넷)를 허용하지 않으며 30과 3분의 1이닝 연속 ‘무볼넷’ 행진을 이어갔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승 공동 2위이고 평균자책점은 2.03까지 끌어내려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애틀랜타의 강타선을 상대로 한 완벽한 승리였다.

다저스 투수가 완봉승을 거둔 건 2016년 5월 24일 신시내티를 상대했던 클레이턴 커쇼 이후 3년 만이다. 류현진은 “미국에 부모님이 와 계시고 와이프도 있고 친구들도 와 있다. 많은 분들이 항상 응원을 해줬다”면서 “오늘이 어머니 생신인데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잊지 못할 어버이날이 됐다.

직전 경기까지 MLB 전체를 통틀어 안방에서 가장 강한 투수(2018∼2019시즌·평균자책점 1.45)답게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선두 타자 오지 올비스에게 공 1개로 아웃카운트를 뽑아낸 류현진은 5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과시했다. 그 사이 풀카운트(3볼 2스트라이크)를 4차례 맞았으나 삼진 3개와 범타 1개를 솎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6회초 선두 타자 타일러 플라워스에게 던진 시속 117km 커브가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되며 퍼펙트 행진이 깨졌다. 타구를 잡으려고 몸을 날렸던 3루수 저스틴 터너는 땅을 치며 아쉬워했지만 관중은 5회까지 무결점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에 대한 기립박수로 힘을 돋웠다. 류현진은 “퍼펙트 기록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첫 안타를 맞았을 때도 아무런 생각을 안 했다. 빨리 잊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안타를 맞은 아쉬움을 6회말 타석에서 시즌 첫 안타로 풀며 경기 끝까지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7∼9회에도 매 회 안타 1개를 내줬지만 후속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애틀랜타 타선을 잠재웠다. 9회초 2사 2루, 마지막 타자인 프레디 프리먼과의 맞대결에서 류현진은 볼카운트를 1볼 2스트라이크로 유리하게 끌고 간 뒤 시속 146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어깨(2015년), 사타구니(지난해) 부상으로 신음했던 류현진이 6년 만에 완봉승을 거두며 오히려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을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MLB.com은 이날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완봉승까지 공 93개면 충분했다. 그 어떤 주자도 2루를 넘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LA타임스는 “무자비하게 효율적인 투구”라고 표현했다. 동료 터너는 “류현진은 정말 과소평가 받고 있다. 사이영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직전 등판에서 1점밖에 내지 못한 다저스 타선은 이날 1회 3점을 시작으로 애틀랜타로부터 8회까지 9점을 뽑아내며 류현진을 춤추게 했다. 올 시즌 34경기에서 홈런 1개에 그쳤던 터너는 데뷔 첫 3홈런 경기(5타수 4안타 6타점)로 류현진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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