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울림 ‘다크 웹툰’ 인기
법의 부조리함을 꼬집은 웹툰 ‘비질란테’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를 살해한 피고인에게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는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우수한 성적, 온화한 성격, 뛰어난 체력까지 갖춰 동료의 신뢰를 독차지한 경찰대생 김지용. 그는 어린 시절 흉악범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경찰대에 입학한 뒤 스스로 자경단을 자처하며 법이 제재하지 못하는 범죄자를 찾아가 사적으로 복수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과 범죄자들은 조두순 사건, 아우디 음주 역주행 사건 등 실제 뉴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거의 각색하지 않았다. 웹툰 ‘비질란테(vigilante)’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고발적 메시지를 담은 ‘다크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법의 한계, 성폭력, 가정폭력 등 소재도 다양하다. 웹툰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피해자들과 다양한 사회 주체의 목소리가 조명되면서 독자들은 등장인물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웹툰 ‘27-10’에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주인공이 심리상담을 받는 장면. 주인공은 “상담만 하면 옛날 일들을 샴페인 터뜨리듯 쏟아내고 편안해질 줄 알았지만 ‘김빠진 콜라’에 가까웠다”고 독백한다. 네이버웹툰 제공
4월 정식 연재를 시작한 ‘땅 보고 걷는 아이’는 가정폭력과 환영받지 못한 임신, 출산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주인공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10대 소녀지만 이따금씩 어린 시절의 끔찍한 폭행 트라우마로 몸서리친다. 친부모로부터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언어폭력과 폭행을 당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남아 선호로 인한 낙태 문제와 가정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웹툰 ‘땅 보고 걷는 아이’. 네이버웹툰 제공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만화평론가)는 “웹툰 독자가 늘고 연령층도 넓어지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는 등 다양한 분야로 주제가 확장되고 있다”며 “장르 특성상 작가가 자기 고백적 서사로 아픈 경험과 트라우마를 털어놓고 치유도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네이버웹툰 리더는 “사회 내 여러 주체의 목소리가 주목받는 만큼 더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